| ▲ 5월 23일 고 노무현 대통령 추도식에서 장대비를 맞으며 사회를 진행한 김제동씨 | ⓒ 김종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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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도식 사회 전, 김제동의 눈은 빨갰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1주기 추도식 날, 못 볼 걸 보고 말았습니다. 장대비가 쏟아 붓듯 내리는 봉하의 추도식장. 식이 시작되기 직전, 사회를 보기 위해 무대 뒤 천막에서 기다리고 있던 김제동씨를 만났습니다. 몇 달 만의 조우였습니다.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반갑게 포옹을 했습니다. 잠시 뒤 그가 흐느끼기 시작하는 게 느껴졌습니다. 서로 안은 채, 함께 울었습니다. 둘이 그렇게 한 동안을 있었습니다. 눈물을 닦으라고 손수건을 건넸습니다. 오열 때문에 그의 눈이 많이 충혈돼 있었습니다. 잘 참고 있었는데 나를 보니 울컥했다며, 그가 겨우 마음을 수습하고 쑥스러운 웃음을 지어 보였습니다. 그리곤 무대 위로 올라가 퍼붓는 비를 그대로 맞으며 추도식을 진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차라리 안 봤으면 좋았을 걸…. 그의 처연한 눈물도 안 봤으면 좋았고, 추도식 사회도 그냥 안 봤으면 좋았을 텐데, 일이 이리 돼 버렸습니다.
"프로그램 안 하면 안 했지, 추도식 사회 안 볼 순 없다" 방송인 김제동씨가 또 잘렸습니다. KBS, MBC 등 지상파에서 이유 없이 밀려난 게 몇 달 전입니다. 한 케이블 방송에서 자신의 이름이 걸린 야심찬 프로그램이 준비된다고 들었고, 톱 가수 '비'와 녹화까지 마쳤다는 보도를 봤는데, 노 대통령 추도식을 몇 주 앞두고 이상한 얘기가 들려왔습니다. 추모 콘서트를 한창 준비하던 상황에서, 연출자인 탁현민 교수가 그 얘길 제게 전해줬습니다. 해당 방송사 측에서 추도식 사회를 안 보면 안 되겠냐는 뜻을 전해 왔고, 김제동씨는 "프로그램을 안 하면 안 했지, 추도식 사회를 안 볼 순 없다"는 본인의 의지를 분명하게 밝혔다는 얘기였습니다. 김제동씨가 노 전 대통령 영결식 노제 사회를 본 이후 지상파 방송에서 퇴출당한 것이 괜히 우리 때문인 것 같아 못내 죄스럽고 미안한 마음이 컸습니다. 그런데 또 비슷한 일이 반복되는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하지만 그가 국민장 노제 사회를 수락해 준 것도, 1주기 추도식 사회를 수락한 것도 어떤 정치적 이유나 배경 없이 '인간적 선택'이었음을 알고 있었기에 존중하고자 했습니다. 그런데 같은 핍박을 또 받게 만들었으니, <노무현재단>으로선 면목이 없게 됐습니다.
노무현재단 때문에 퇴출된 것 같아 미안합니다 화가 나는 건, 우리가 견디지 못하는 미안함과 분노를 정작 본인은 너무도 담담하고 의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난해 KBS <스타 골든벨>에서 하차를 통보받은 날, 재단출범기념 콘서트장 출연자 대기실에서 만났을 때에도 그는 저의 위로를 정중히 거절했습니다. 명색이 청와대에서 방송담당 비서관을 4년이나 한 제가, 방송사 스스로의 결정이 아니라 국가기관이 치졸하게 개입한 정치적 정황까지 이미 알고 있는데도, 그는 "다 제가 부족한 탓"이라며 "하늘이 저 스스로를 돌아보고 충전할 좋은 기회를 주신 걸로 받아들인다"고 말해 마음을 더욱 아프게 만들었습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추도식이 끝 난 후 권양숙 여사와 유족, 문재인 상임이사 등 재단 임원들이 갖고 있는 미안함과 걱정을 제가 대신 전하자 그는 같은 얘길 했습니다.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마세요. 다 저의 결정이고 저의 선택입니다. 전 괜찮습니다. 그런 걱정이나 미안해하는 시선이 오히려 부담입니다. 전 지금 행복하고, 국민들에게 충분히, 아니 과분하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하고 싶은 일도 많고 해야 할 일도 많고, 전 아주 좋습니다. 아무 걱정 마세요." 그의 말이 빈 말이 아니요, 누굴 위로하기 위해 지어낸 말이 아님을 전 잘 압니다. 하지만 그가 그런 말을 할 수 있기까지 얼마나 많은 상황을 혼자 감내했고, 얼마나 숱한 마음고생을 홀로 외롭게 극복해 냈는지 또한 잘 압니다. 김제동의 흐느낌을 그의 등에서 느낀 그 날 저도 울음이 터져 나온 건, 긴 시간 그가 혼자 감당했을 긴 고통과 사색과 번뇌의 시간이 떠올라서였습니다. 그가 왜 울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 ▲ 방송인 김제동이 23일 저녁 부산 금정구 부산대학교 '넉넉한 터'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 추모 콘서트-파워 투 더 피플(Power to the People)'에서 무대에 올라와 "여러분들은 투표로 말하십시오"라며 6.2 지방선거의 투표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 ⓒ 유성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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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이 보여야 할 눈물, 김제동이 대신 흘리고 있습니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게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생전이든 서거 후든 그는 노 대통령으로부터 신세 진 게 아무 것도 없습니다. 덕 본 것도 없습니다. 노제든 추도식이든 어려운 요청을 선뜻 수락한 것은 오로지, 그의 어머니와 노 대통령의 작은 인연이 전부입니다. 널리 알려진 얘기지만 극히 사소한 인연. 그냥 잊어버리고 무시해도 될 인연. 그 인연을 그는 오래도록 잊지 못하고 있었고, 최소한의 인간적 도리로 어려운 부탁을 회피하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가 이리 혹독합니다. 김제동 보다는 노무현 대통령과 훨씬 깊은 인연, 아니 충분히 신세지고 덕 본 현재 권력 주변의 사람들이 '나는 노무현을 잘 모른다'고 부인하고 오히려 등을 지는 세태에서 그의 눈물이 아름답고 그의 마음이 소중하게 와 닿는 대목입니다. 지금 한국 사회 비극은, 그가 웃겨야 할 국민을 권력이 대신 웃기고 있고, 권력이 보여야 할 눈물을 김제동이 대신 흘리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