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이승환은 전국에 260여개의 벌집삼겹살 체인을 거느리고 연매출 200억원대를 올리고 있다. 직영률도 10%가 넘는다. 하지만 그는 8년 전 무일푼으로 시작해 때로는 실패를 맛보면서 지금에 이르렀다. 자금 압박으로 어렵던 시절 집에 빨간 딱지가 붙은 적도 두 차례나 된다. 결혼 전 지금 아내의 시집갈 밑천을 빌려 쓴 돈으로도 힘들어지자 한강다리 위에까지 올라간 경험이 있다. 최근 1~2년 사이에도 유가와 환율 인상, 구제역 파동에 따른 수입육 가격 상승 등으로 힘든 시절을 보내야 했다.
이승환은 그럼에도 돼지고기 납품가를 올리지 않아 체인점주들을 안심시켰다고 한다. 이승환을 사업에서 성공하게 해준 건 사람이었다. 그는 “한 선배는 자신의 아파트를 해약하고 중도금 치를 돈 3000만원을 빌려주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이승환이 쓴 책 ‘벌집삼겹살 CEO-사람부자 만들기’에도 줄곧 ‘인(人)테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내가 부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주위가 나를 부자로 만들어준다’는 개념이다. 하지만 이런 신뢰관계를 구축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이승환은 이에 대한 하나의 팁을 주었다.
“사업을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남의 돈을 써야 할 때가 있다. 그런데 돈을 빌려준 사람이 전화하면 잘 안 받는 사람이 많다.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기분이 다른 거다. 나는 정반대다. 돈을 빌리면 그 다음날부터 채권자에게 부지런히 전화한다. 상대에게 ‘내 돈 떼먹고 도망가지는 않겠다’는 인상을 주는 것이다. 하도 전화를 자주 했더니 더 이상 전화 안 해도 된다고 하더라. 결국 이 사람이 돈을 또 빌려줬다.”
이승환은 지난 8년간 식당 프랜차이즈를 하며 자신의 역할이 매우 중요함을 깨달았다고 한다. 260여개 점포에 직원만도 3000여명이나 된다면 적지 않은 고용창출 효과다. 직영점 직원만도 150명이 넘는다. “결국 힘들 때 나를 지켜주는 건 직원이다. 그래서 직원에게 4대보험 혜택을 주고 퇴직금도 준다. 1년에 스키나 래프팅 등 한두 차례씩 MT도 간다.”
이승환은 ‘성진상회’ ‘옥다방’ 등 점주의 이름을 붙여 간판을 표시해 재미있고 특색 있는 매장 분위기를 내고 있다. 자부심을 더 많이 느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가장 힘든 일은 매출이 떨어지는 점주에게 해결책을 찾아주는 것. “상권이 바뀌기도 하기 때문에 모든 가맹점이 다 잘될 수는 없다. 하지만 본사와 가맹점이 함께 고민한다. 게시판이나 스마트폰으로 아이디어를 공유해 해결책을 제시하기도 한다.” 그는 벌집삼겹살의 성공을 바탕으로 최근 벌집소고기 브랜드도 출시했다.
그의 성공담이 소문이 나면서 강연 제의가 쇄도하고 있다. 여기서도 그는 ‘사람을 저축하라’ ‘밥 사기를 즐겨라’ ‘실패를 프로파일링하라’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람이 되라’ 등 인간적인 접근법과 함께 ‘대박 아이템 찾는 법’ ‘10억짜리 상권 보는 법’ 등 구체적인 실천법도 제시한다.
서병기 기자/wp@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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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사람을 통해서 신화는 이루어진다. 사람을 알아보는 능력이 첫째가는 능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