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세통
영남일보에 기고된 수성구청 김태원 의원 기고글을 발췌했습니다.
북세통과 북텔러에 대한 내용이 들어가있습니다 ^^
전국 광역단체별 1인당 GRDP(지역내총생산) 만년 꼴찌를 기록하는 대구의 부끄러운 통계 값에 이어, 또 하나의 부끄러운 통계가 있다. 성인 1인당 연간 독서량이다.
2015년 국민독서실태조사 보고서에 의하면 대구시민은 9.8권이다. 학생의 경우는 22.9권이다. 성인 전국평균은 9.1권이고, 학생은 29.8권이다. 결론적으로 대구시민은 전국평균을 약간 상회하는 수준이고, 학생은 전국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1인당 GRDP가 현재의 삶 수준을 대변해 주는 수치라면, 독서량은 미래의 우리 모습을 예측해 볼 수 있는 통계 값이라 할 수 있겠다.
‘사람이 만든 책보다 책이 만든 사람이 많다’ ‘독서를 한다고 리더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모든 리더는 책을 읽는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곧 우리 지역에 리더가 적다는 말로 설명할 수 있다.
대구는 ‘교육도시’라는 수식어를 좋아한다. 대학수, 상급학교 진학률, 명문대학 진학률 등을 그 근거로 제시한다. 그런데 이러한 숫자 뒤에는 우리 사회의 고민이 그대로 숨겨져 있다. 명문대학 진학률이 높다는 것은 사교육비 지출이 많다는 방증이며 학업 스트레스가 높다는 말이기도 하다. 또 사교육비 지출이 많다는 것은 노후준비가 부족해 사회복지 수요가 많다는 말이기도 하다. 지역 학생의 독서량이 전국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것도 진학 위주 학습에 더 많은 시간이 투입되고 있다는 근거다.
‘시카고 플랜’이라는 것이 있다. 시카고대학은 설립 당시만 해도 삼류대학이었으나 1929년 허친스 총장이 부임하면서 학생들에게 4년 동안 인문학 도서 100권을 마스터하지 못하면 졸업시키지 않겠다는 시카고 플랜을 시행한 이후 2015년까지 노벨상 수상자만 90여명을 배출하는 명문대학으로 성장했다. 또 ‘클레멘토 코스’라는 것도 있다. 얼 쇼리스라는 빈민 교육가가 노숙자, 전과자, 매춘부, 실업자 31명을 뉴욕의 한 가족보호센터에 모아놓고 일주일에 이틀씩 인문학을 가르치고 책을 읽도록 한 데서 유래된 말로, 1년 후 그들 중 많은 성공사례가 생기자 인문학 독서교육이 유행하게 됐다.
그렇다면 어떻게 1인당 독서량을 높일 것인가. 독서에도 목표관리가 필요하다. 자율적으로 맡겨 둘 것이 아니라, 최소한 독서목표관리(RMBO·Reading Management Behavior Objective)를 전략적으로 실시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지역 내 한 교육업체가 시행 중인 ‘북텔러’ 자격인증제도는 매우 모범적인 사례다.
북텔러 자격인증제도는 책 30권을 읽고 독서노트를 작성하면 2급, 100권을 읽고 독서노트를 작성하면 1급 북텔러 자격을 인정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책을 읽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서 북텔러가 진행하는 ‘북세통(책으로 세상과 소통하다)’에 참여, 독서노트를 작성해도 독서를 한 것으로 인정해 주고 있다. 이 교육업체의 목표는 북텔러를 도서관마다 파견해 책을 콘서트 방식으로 강의함으로써 지역의 은퇴지식인이나 경력단절여성의 일자리 창출로 연결시킬 계획이라고 한다.
내년쯤에는 ‘대구지역 1인당 독서량 전국 1위, 2위와의 격차 2배’ 또는 ‘독서 100권 이상 북텔러 자격 취득자 50% 육박’ 등의 문구가 언론에 소개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것이 진정한 교육도시 대구의 모습이다. 독서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교육평등의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사교육비의 차이, 부모의 경제력이나 정보력에 의해 만들어진 교육의 결과는 또 다른 불평등을 조장한다. 학원 벽에 내걸린 현수막이 명문대 합격자 명단 대신 인문도서 100권을 읽고 북텔러 자격을 인정받은 시민의 명단으로 바뀌는 날, 대구의 교육도시 위상은 완결될 것이다.
영남일보 기고문 원문 바로가기 : http://www.yeongnam.com/mnews/newsview.do?mode=newsView&newskey=20160901.01029084154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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