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채와 경력 `은밀한 갈등`‥굴러온 돌이 사는 법…연줄 총동원 `꼴통` 파악부터
내가 에이스였는데…
情 붙일까 말까…
게시판에 방이 붙었다. '홍길동 경력 입사,마케팅부 命'.사내 곳곳이 술렁인다. 메신저부터 불이 나기 시작한다. "어디서 뭐하던 사람이래? 예쁘대? 일은 잘할까? 성격이 좋아야 할 텐데…." 중 · 고등학교 시절 '공부짱' 또는 '싸움짱'이 전학왔을 때를 떠올리게 하는 은밀한 술렁임이다.
경력직 사원의 입사는 조직에 새 기운을 불어넣는 활력소다. 낙하산 가능성보다는 검증을 거친 인물을 영입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반가움이 경계심을 앞서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공채'와 '경력직' 간 갈등이 여전한 것도 현실이다. 팍팍한 생존경쟁 탓이다. 이직 경험자 절반 이상이 '후회한다'는 설문결과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직한 직장에 적응하기,경력직원으로 온 새 팀장 치하에서의 생존법 등은 김 과장 이 대리들에게 마냥 남의 일일 수만은 없다.
◆후배면 '무관심',상사면 '무한충성'
기존 직원,이른바 '박힌 돌'의 가장 큰 관심은 서열 파악이다. 경력직이 후배라면 별 반응이 없는 게 일반적이다. 대기업에 근무하는 고 대리(30)는 "후배가 어쩌겠어,우리한테 맞춰야지"라고 말했다. 상사라면 상황은 180도 달라진다. 새로 온 상사의 '전방위 스펙'을 알아내는 게 우선.인사팀 · 업계 지인들이 총 동원된다. 또 다시 메신저가 달아오른다. 고향 대학 전공 등 프로필을 확보하고,성격이 어떤지까지 알아낸다. 그의 취향을 알아내 눈에 드는 게 최우선 목표다. 고 대리는 "새 상사에게 '고 대리는 내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려고 일단 납작 엎드린다"면서도 "노력해도 안 되는 경우요? 그럼 전쟁이죠 뭐"라고 말했다.
경력직에 대한 큰 의구심 중 하나가 "얼마 안돼 그만두는 거 아니야?"다. 중견기업 H사 인력팀에 경력직이 들어왔다. 팀원들은 빨리 적응하라며 물심양면으로 도와줬지만 '개인사정'이라며 두 달 만에 그만뒀다. 약 3개월 뒤 후임으로 다른 경력직이 들어왔다. 팀원들은 새로 들어온 사원을 위해 1박2일 워크숍을 빙자한 환영회까지 열어줬지만 역시 한 달 만에 그만뒀다. 상대방의 과거 이직 경력이 화려할수록 고민은 더욱 깊어진다. '붙박이형 직장인' 정 대리(29)는 이렇게 말한다. "뭐랄까,남친을 사귀었는데 내가 한 대여섯번째 여친인 걸 알게 되면 '이 사람을 믿고 오래갈 수 있을까'라고 고민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 아닐까요?"
2연타를 맞은 H사 인력팀은 다음부터는 신규 경력직이 오면 최소 6개월은 지켜보고 환영회를 해주자고 내부 룰을 정했다. 마음을 터놓고 좋은 동료라고 생각했을 때 '사람을 잃는'허탈감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신임 팀장과의 '소리없는 전쟁'
중견기업 마케팅팀에 근무하는 조 과장(38).그는 지난 4개월간 신임 팀장과 '소리없는 전쟁'을 벌였다. 팀내는 물론 회사의 공채 에이스로 승승장구하던 조 과장에게 시련이 닥친 건 지난 3월.대기업에서 일하던 신임팀장이 스카우트돼 오면서부터다. 동갑인 신임 팀장은 미국 경영학석사(MBA) 출신에 일본어까지 능숙한 엘리트였다. 자신과 대비되는 수려한 외모에 집안까지 빵빵하다는 소문이 돌았다. 유부남임에도 팀내 여직원들은 눈빛을 반짝이며 관심을 나타냈다. 여기까지는 봐줄 만했다. 첫날 출근부터 기존 업무방식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데 심사가 뒤틀렸다. 나름 팀내 '넘버 3'로 잘 나갔던 자신은 물론 기존 동료 직원까지 얕잡아보는 것 같아 견딜 수가 없었다. 술자리에서 은근히 팀장의 뒷담화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그때뿐이었다. 다음 날 출근하면 동료들은 신임 팀장에게 잘 보이려 안달이었다.
팀장이 무슨 말을 하건 무조건 못마땅했던 그가 마음 속에 담아뒀던 울분을 터뜨린 건 지난달 초.팀장이 신규 프로젝트 추진방안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조 과장은 큰 마음을 먹고 반대 의견을 냈다. 뿌듯한 마음에 들떴던 순간도 잠시.회의가 끝난 뒤 이어진 개인 면담에서 팀장은 "팀 동료들이 모두 찬성한 신규 프로젝트에 합류할 마음이 없으면 인사팀에 팀 변경을 건의하라"며 초강수로 맞대응했다. 그날 이후 조 과장은 팀내에서 스스로 꿀먹은 벙어리가 되기로 마음을 바꿨다. 사내 유망 부서인 마케팅팀에서 떠날 생각은 추호도 없기 때문이다.
◆'아이디어뱅크' 송 과장이 과묵해진 까닭은
대기업은 대개 입사 동기 네트워크가 탄탄하다. 동기들에게 도움을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나 그건 갓 입사했을 때와 한 부서에서 함께 일할 때의 얘기다. 시간이 지날수록 각 부서로,타 회사로 뿔뿔이 흩어지면 동기의 근황을 파악하기조차 어려워진다. 국내 한 대기업에 근무하는 노 대리(29)는 "이직을 하고 나니 동기 네트워크가 없어 회사 내 블랙 리스트에 오른 '진상'들이나 회사의 각종 기밀 정보를 입수하지 못해 한동안 어려움을 겪었다"고 털어놨다.
이렇다보니 많은 직장인들은 학연과 지연을 이직 연착륙을 위한 제1조건으로 꼽는다. 최근 이직한 김경식 차장(39)은 이전 회사에서 자신의 부하로 있던 고교 후배가 이 회사에 다닌다는 정보를 입수하곤 곧바로 연락을 취했다. 밥과 술 등 물량 공세로 친분을 쌓았다. 이내 회사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반면 열정이 가득 넘쳤던 송 과장(35)은 이직 후 무기력감에 빠진 사례다. 이전 회사에서는 '아이디어 뱅크'로 통했던 그다. 하지만 한발 앞서 있던 경쟁사로 이직한 이후론 아이디어를 낼 때마다 퇴짜를 맞았다. "그거 검토해봤던 사안입니다"라는 답이 돌아오기 일쑤였다. 그를 견제하던 과장과 대리 한 명의 연합전선에 눌려 아이디어를 낼 때마다 귀까지 벌개진다. 송 과장은 "업무 분위기 파악에만 4개월은 족히 걸렸다"며 "팀원들이 경계심을 풀기도 전에 단기 승부를 걸었던 욕심이 역효과를 불렀다"고 털어놨다.
◆'멘토'를 가장한 '적'도
지난해 경력직으로 홍보대행사에 들어간 박 과장(34).직장을 처음 옮긴 그는 이직 후 첫 출근날부터 그를 잘 챙겨주는 이모 과장을 든든한 '멘토'로 생각했다. 3년 앞서 직장을 옮겨온 이 과장은 팀원과 팀장의 장단점은 물론, 프레젠테이션(PT)을 잘하면 '인정을 받는다'는 정보까지 소상히 알려줬다. 그런 그에게 박 과장은 '기획 PT에 자신있다'는 다소 과장된 자신감을 내보였다. 이게 화근이 됐다. 부사장에까지 PT를 잘한다는 말이 들어간 것이다. 회사는 그에게 까다롭기로 이름난 공공기관 정책 홍보 프로젝트 경쟁PT를 맡겼다. 일감을 따낼 확률은 7 대 1.쟁쟁한 대행사들이 모두 뛰어든 상황이어서 실무진들은 속으로 포기한 지 오래된 프로젝트였다. 부담감이 극에 달했을 무렵,박 과장은 한 가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팀장과 부사장에게 '박 과장이 기획 PT를 잘한다'는 말을 흘린 사람이 바로 이 과장이었다는 것.'나를 좋게 본 것이겠지.' 생각을 다잡아봤지만 알음알음 뒷얘기를 들어본 결과는 딴판이었다. 이 과장이 박 과장에게 보인 관심은 자신이 맡고 있던 골치아픈 프로젝트를 떠넘길 사람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박 과장은 "최선을 다해 PT를 준비했지만 최종 PT는 다시 이 과장이 하도록 지시가 내려와 한숨을 돌리게 됐다"며 "그때부터 이 과장은 나에 대한 관심을 뚝 끊었다"고 털어놨다.
김동윤/이관우/이정호/강유현/강경민 기자 oasis93@hankyung.com
공채와 경력 `은밀한 갈등`‥이직 후 가장 힘든 건…"동료들과의 관계" 47%
직장인 550명 설문
직장인 10명 중 8명이 이직 경험이 있고 이 중 절반이 이직을 후회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경력직 10명 중 3명은 새 직장에서 차별을 느낀 것으로 조사됐다.
시장조사업체 이지서베이가 직장인 550명을 대상으로 '이직 경험이 있느냐'고 물어본 결과 77.1%가 '그렇다'고 답했다. 또 이직 경험자들의 51.7%는 '이전 직장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느끼거나 이직을 후회한 적'이 있으며,30.2%는 '새 직장에서 경력직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은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직을 생각할 때가 언제냐'고 묻는 질문에는 '보수가 적다고 느낄 때'를 꼽은 응답자가 32.5%로 가장 많았다. 또 '회사의 비전이 불투명할 때'라고 응답한 사람이 31.5%로 뒤를 이었다. 또 응답자의 14.9%는 '동료 및 선후배들과 맞지 않을 때'를,11.1%는 '자신의 적성과 맞지 않을 때'를 꼽았다. '이직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응답자는 4.9%에 불과했다.
직장을 옮긴 후 가장 어려워하는 점은 '선후배 동료들의 관계 정립'(47.2% 응답)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업무적응'(22.4%) △'공채와 비공채 직원 간 정서적 차별 대우'(9.7%) △'승진 기회감소'(5.7%) 등이 꼽혔다. 이 밖에 '경력에 대한 급여를 인정해 주지 않는다'거나 '전 직장보다 월급이 줄어들었다'는 등 기타 응답이 3.1% 나왔다. 반면 '어려웠던 점이 없었다'라고 응답한 사람도 12.0% 있었다.
영원한 숙제 甲과 乙‥`끗발` 소문난 현장소장도…조카뻘 본사 과장 앞에선 쩔쩔
재무팀 대리를 포섭하라
아무리 좋은 기획도 예산 못 따면 꽝, 근사한 레스토랑서 '로비 아닌 로비'
휴가철에만 '甲'
"회사콘도 예약 좀…" 사내민원 급증, 관리부 서무에 때아닌 줄서기
[金과장 & 李대리]
여름 휴가‥해외 휴가지서 만난 상사…통역에 술친구까지 "으~악"
눈치 없는 신입사원
7월말~8월초 '황금 휴가기간'‥벌써 예약 했다는데…"이걸 그냥"
알뜰 휴가족도 있네!
평소 하고싶던 코·눈 성형수술‥연차 소진 없는 사외세미나 참석
잔소리가 심한 상사와 주변머리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후배 사이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던 김 과장과 이 대리.그래도 후텁지근한 날씨가 짜증을 돋우는 한여름이 즐겁기만 하다. 곧 여름휴가를 떠날 수 있어서다. 휴가만 생각하면 입가에 절로 미소가 걸린다. 평소라면 버럭 화 냈을 일도 너그럽게 넘기게 된다.
하지만 무조건 휴가를 가는 게 능사는 아니다. 자칫하면 팀장이나 부장과 휴가 날짜가 겹쳐 '상사없는 자유의 시간'이 줄어들 수 있다. 드물기는 하지만 휴가지에서 상사와 딱 맞닥뜨리기도 한다. 이런 낭패를 보지 않으려면 사전준비가 필요하다.
◆"누가 '어린이날'에 휴가갈래?"
대부분 직장의 여름휴가는 1주일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2주일 휴가를 쓰는 비법이 있다. 다름아닌 직속 상사의 휴가 전후로 일정을 잡는 것.중견기업에 근무하는 한모 과장(33)은 "상사의 휴가기간을 전후해 여름휴가를 사용하면 상사와 2주일간 떨어져 지내게 된다"며 "상사 얼굴을 보지 않는 것만으로도 큰 휴가라는 정서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휴가를 앞두고 상사의 심리도 느슨해지기 때문에 여러가지로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이러다보니 휴가 일정을 짜라는 지시가 떨어지면 직속 상사의 휴가기간과 겹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치열한 눈치싸움을 벌인다. 직속 상사가 휴가 가는 날은 보통 '어린이날'이나 '무두절(無頭節 · 상사가 없는 날이라는 의미의 직장인 은어)'로 불린다. 이 기간엔 출근해도 상사의 잔소리를 듣지 않고 느긋하게 에어컨 바람을 쐬다가 칼퇴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린이날'을 피해 휴가를 갈 수 있는 특권은 고참들의 몫이다. 대개는 '짬밥' 순으로 휴가 일정을 짜기 때문에 상사와 동시에 휴가를 떠나는 불운은 막내가 차지할 수밖에 없다. 입사 이후 팀 막내 신세를 벗어나보지 못한 대기업 사원 유모씨(27)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부장과 같은 기간에 휴가를 가야 한다. 유씨는 "그래도 휴가가 최성수기여서 해변에서 비키니 미녀는 실컷 볼 것"이라며 애써 쓰린 속을 달래고 있다.
◆휴가지에서 마주친 상사'으악'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정모 과장(35)은 지난 여름 휴가만 생각하면 아직도 눈가에 눈물이 맺힌다. 그는 5년간 부은 곗돈을 타 가족들과 함께 벼르고 벼르던 미국 여행길에 올랐다. 모든 것이 완벽했다. 하지만 막판에 꼬이고 말았다. 귀국 이틀을 남겨둔 시점에 평소 말 섞는 것조차 싫어했던 팀장을 호텔 로비에서 맞닥뜨렸기 때문.
여행의 피로가 막 쌓여가던 터에 벌어진 조우는 그야말로 악몽의 시작이었다. 휴가지에서 본능적으로 발동되는 '부하모드' 탓이다. 영어를 못하는 팀장을 위해 통역은 물론 관광지 소개와 음식점 섭외,골프장 부킹,짐 나르기 등 하나에서 열까지 모두 챙겨주어야 했던 정 과장.이틀밤 내내 호텔 바에서 쏟아지는 잠과 싸우며 술친구 역할까지 해준 것은 물론이다.
휴가지에서 업무를 처리하는 것만큼 우울한 일도 없거늘,박모 과장(35)은 이달 중순 가족들과 강릉 경포대에서 해수욕을 즐기면서도 업무를 봐야 했다. 그의 족쇄는 스마트폰.박 과장은 "모 CF를 보면 전국 해수욕장이 와이파이존이라고 떠들어대는 판에 부장한테 인터넷 안 터진다고 거짓말할 수도 없어 꼼짝없이 업무를 처리했다"며 "그러면서도 부장에게는 스마트폰이 있으니 컴퓨터가 없는 곳에서도 회사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며 아부를 떨었다"고 말했다.
◆찬물도 위아래가 있거늘…
대기업 마케팅부서에서 근무하는 김모씨(30)는 이직을 앞둔 선배의 뻔뻔스러운 휴가 몰아쓰기로 피해를 본 경우다. 이직하기 전 쌓아둔 연차를 모두 소진할 심산이었는지,이제 떠날 몸이니 거칠 게 없다는 생각이었는지 선배는 팀원들의 양해도 구하지 않고 열흘간 휴가를 냈다. 이 때문에 원래 이 기간에 휴가를 예정하고 있던 김씨가 '독박'을 썼다. 김씨는 "여자친구와 잡은 휴가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됐다"며 "미리 귀띔이라도 해 줘야 '대처'가 가능할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신입사원의 '무개념'도 전 부서의 눈총을 사기 십상이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임모씨(38)는 "새로 들어온 직원이 눈치도 없이 7월 중순부터 8월 초까지의 '황금 기간'에 비행기 티켓을 끊어 놨다고 휴가권을 주장해 기가 막힌 적이 있다"고 말했다. 임씨는 "대개는 초등학생이나 중학생 자녀를 둔 동료들에게 이 기간을 배려했는데 막 들어온 직원이 거리낌없이 자기주장을 펴는 것을 보고 세대차이를 많이 느꼈다"고 덧붙였다.
그래도 휴가기간을 둘러싼 사내 다툼은 양반이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태클에는 답도 없다. 정보기술(IT)업계에 종사하는 장모 과장(34)은 '갑'인 클라이언트의 허락 없이는 휴가도 가지 못한다. 클라이언트에게 매일 오전 7시 이전에 '보고'를 해야 하는데,부하직원이 아직 업무에 익숙지 않아서 일을 맡길 수가 없는 상황이다.
◆나는 알뜰한 휴가족
공항은 해외관광객들로 미어터진다지만 오늘도 허리띠를 졸라매는 알뜰 직장인들에게 '화려한 휴가'는 남의 나라 얘기다. 비용을 절약하는 알뜰족도 있지만 휴가기간에 성형수술 등에 도전하는 '시간 알뜰족'도 있다.
짠돌이 직장인들의 알뜰 휴가 방법 중 하나는 바로 사외 세미나 활용이다. 대기업 기술지원팀에 다니는 김모 과장(35)은 이달 말 부산에서 열리는 3박4일 일정의 외부 기관 세미나에 부인과 두살배기 아들을 데려갈 생각이다. 여름과 겨울에 한 차례씩 열리는 기술세미나에는 김 과장이 속한 팀에서 순번을 정해 한 명씩 참가한다. 어차피 독방을 쓰는 데다 세미나 일정도 오전 이후엔 없어 사실상 '연차 소진 없는 휴가'라고 사내에서 정평이 나 있다. 부인의 비행기표는 그동안 쌓아온 마일리지로 충당하기로 했다.
전문직 최모씨(29)는 이번 휴가 전 단호박즙을 대량 주문할 예정이다. 이유는 단 하나,그동안 콤플렉스였던 코를 수술할 생각이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웬일로 장기휴가를 독려,열흘 휴가를 내게 된 최씨는 휴가 전날 양해를 구하고 일찍 퇴근해 바로 수술대에 오를 생각이다. 최씨는 "나이가 나이인 만큼 이제 성형을 하는 게 민망하긴 하지만 30대가 되기 전 콤플렉스를 없애고 싶어서 내린 결정"이라며 "쓴물이 올라올 때까지 호박즙을 마시며 붓기를 빼는 데 주력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관우/이정호/김동윤/이상은/이고운/강유현 기자 ccat@hankyung.com
여름 휴가‥"휴가비 50만원 미만" 70%·"눈치 보여 연차 못 써" 44%
직장인 550명 설문
직장인 10명 중 7명은 올 여름 휴가비로 50만원 미만을 지출했거나 지출할 계획인 것으로 조사됐다. 직장인 대부분은 7월 하순에서 8월 중순에 국내로 여름휴가를 떠날 계획을 잡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이지서베이가 직장인 550명을 대상으로 '올 여름휴가 비용을 얼마로 잡고 있느냐'고 질문한 결과 69.6%가 '50만원 미만'이라고 답했다. '30만원 미만'이라는 응답자는 36.0%,'30만원 이상 50만원 미만'이라는 응답자는 33.6%였다. 이어서 △50만~80만원 11.5% △80만~100만원 6.2% △100만~150만원 4.9%순이었다.
여름 휴가기간으로는 응답자의 80.0%가 초 · 중 · 고 학생의 방학기간인 '7월 하순~8월 중순'을 꼽았다. 구체적으론 최성수기로 꼽히는 '8월 초순'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43.3%로 가장 많았다. '8월 중순'과 '7월 하순'을 꼽은 사람은 각각 21.6%와 14.9%를 차지했다. 7월 초 · 중순에 이미 휴가를 다녀온 직장인은 2.1%에 불과했다. 대상자의 4.7%는 '업무로 인해 여름 휴가를 가지 못한다'고 응답해 눈길을 끌었다. 여름 휴가지로는 전체의 80.2%가 국내를 꼽았다. 해외 휴가를 계획하는 사람은 7.8%였다. 그냥 '집에서 쉬겠다'는 사람도 10.7%를 기록했다.
최근 상당수 직장에서 논란을 빚고 있는 연 · 월차 휴가와 관련,'모두 소진한다'는 사람은 12.7%에 불과했다. '80% 이상 사용한다'는 사람도 5.1%에 그쳤다. 절반에 가까운 42.0%는 '20% 미만의 연 · 월차만 실제 사용한다'고 응답했다. '20~40% 사용한다'는 사람과 '40~60%사용한다'는 사람도 각각 15.6%와 14.4%를 차지했다.
[金과장 & 李대리]
운전도 일이네‥"상사와 운전 불편" 54%·"車 살 때 눈치본다" 37%
직장인 550명 설문
직장인 10명 중 6명은 운전 때문에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주차문제를 둘러싼 스트레스가 가장 많았으며 이들 중 3명은 다른 사람과 크게 다투기까지 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조사업체인 이지서베이가 직장인 550명을 대상으로 '자신이나 다른 사람의 운전으로 인해 직장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있는가'라고 질문한 결과 64.7%가 '있다'고 응답했다. 이들이 스트레스를 받은 이유로는 '주차문제'가 28.4%로 가장 많았다. '기름값'이라는 응답도 19.5%를 차지했다. 회사 업무로 자신의 자동차를 이용했을 때 기름값을 자신이 부담해야 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운전습관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는 사람도 14.8%를 기록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사내 주차장 등에서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않은 채 운전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자신은 올바른 운전습관을 갖고 있으나 다른 사람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운전기사 노릇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사람은 10%였다. 집이 가까운 상사를 모시고 출퇴근해야 하는 데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인 것으로 보인다. 스트레스를 받은 사람 중 28.4%는 다른 사람과 크게 다툰 적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상사를 모시고 운전할 때 느낌은 어떠냐'는 질문에 대해선 54.6%가 '불편하다'고 응답했다. '별 느낌이 없다'는 답변은 26.2%,'상사와 친해질 기회로 생각한다'는 답변은 19.2%를 각각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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