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족 100만 시대… 대학 5학년은 필수, 6학년은 선택
재학생 30% 취업 때까지 졸업 미뤄
4년제大 재학기간 평균 5.77년이나
서울시내 모대학의 환경공학부 박모(45) 교수는 얼마 전 황당한 경험을 했다. A학점을 받은 여학생이 찾아와 다짜고짜 F학점을 달라고 사정했기 때문이다. 올해 2월 졸업 예정었던 이 여학생은 취업이 안되자 졸업을 미루려고 낙제를 자청한 것이다. 박 교수는 "극심한 취업난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정규 학기(대학 4년 기준)를 초과해 미졸업 상태를 유지하는 '장기학적 보유자'를 일컫는 NG(No Graduation)족이 무려 1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과학기술부는 "2009년 말 현재 2년제 전문대를 포함한 전국 대학 및 대학원의 NG족은 총 100만8,157명에 이른다"고 24일 밝혔다. 이는 전체 재학생의 30%로, 대학 및 대학원생 10명 중 3명 가량은 제때 졸업을 안하고 있는 셈이다. 2003년 60만명을 넘어섰던 NG족은 5년만인 2008년 99만4,448명을 기록한 바 있다.
교과부 관계자는 "군복무 때문에 휴학 상태인 학생이 한 해 30만명 정도되는 점을 감안하면 고의로 졸업을 미루는 순수 NG족은 70만 명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또 재적생 수와 입학생 수를 비교해 산출하는 졸업까지의 평균 재학 기간(4년제 대학 기준)은 5.77년으로 1999년(4.97년)에 비해 1년 정도 늘었다. '대학 다니는 기간은 평균 6년'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사실로 확인된 셈이다.
'NG족 100만명 시대'는 취업난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취업이 점점 어려워지면서 이른바'스펙'을 만들기 위한 준비기간이 늘어난데다, 채용시장에서의 취업재수생 홀대까지 맞물려 졸업유예가 갈수록 늘고 있는 추세다.
숭실대 4년 김모(26)씨는 "취업을 하려면 3.5 이상의 학점을 갖춰야 하고, 해외 연수를 다녀와야 하는 것은 기본"이라며 "이 때문에 '5학년은 필수, 6학년은 선택'이라는 말이 나돈다"고 전했다.
상당수 기업체들이 신입사원 채용 시 졸업 연도를 명시하도록 하는 것도 NG족 양산의 한 요인이다. 전북대 4년 임모(25ㆍ여)씨는 "기업들이 졸업 후 지원 전까지 기간을 서류전형에서 반영해 졸업예정자 신분을 유지하는 게 취업에 유리하다는 인식이 파다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 당국이 NG족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해결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대일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NG족은 100만 명이 넘지만 학생으로 분류돼 실업 통계에서 제외돼 가려져 있는 상황"이라며 "NG족 증가는 취업난을 극명하게 반영하는 결과인 만큼 조속히 실효성 있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NG족 'No Graduation'의 약자로 졸업유예자를 뜻하는 신조어. 휴학이나 정규 학기 이상을 수강하는 식으로 졸업을 늦추는 경우를 모두 포함한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엔 취업난을 피해 고의로 졸업을 미루는 학생들을 주로 일컫는다.
박철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