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자료

이어령-유관순과 김연아

모바일 App 사용자에게는 실시간 전송!

아우내 장터의 망국세대 밴쿠버의 쾌속세대 대한민국 100년의 드라마 [중앙일보]

  • 입력 / 2010.03.01 07:45 수정

    관련핫이슈

    오늘이 삼일절만 아니었더라도, 올해가 한·일 강제합병 100주년이 되는 해만 아니었더라도, 그냥 너희들을 향해 박수 치고 웃고 울며 이 감동의 순간들을 함께 맞이했을 것이다.

    하지만 금메달을 걸고 시상대에 오른 너희들의 자랑스러운 모습 위로 어쩔 수 없이 떠오른 것은 김연아보다도 어린 열여덟 나이로 세상을 떠난 유관순 소녀의 얼굴이다. 밴쿠버에서 들려오는 승리의 함성과 아우내 장터에서 독립을 절규하는 만세 소리가 함께 메아리치는 곳에 우리가 있다.

    나라 잃은 시대에 태어난 젊은이들은 차갑고 위태로운 역사의 빙판 위에서 독립운동을 했다. 그리고 지금 88 서울 올림픽 때 태어난 너희들은 아름답고 평화로운 세계의 빙판 위에서 올림픽 경기의 운동을 즐긴다. 같은 젊음이요 같은 운동인데 이렇게 다를 수가 있는가. 독립운동을 한 유관순의 피와 피겨 스케이팅 운동을 한 김연아의 땀을 비교하자는 것이 아니다. 나라 잃은 유관순이 오늘의 대한민국에 탄생한다면 김연아가 되었을 것이고, 대한민국의 김연아가 100년 전 망국의 땅에 태어났더라면 유관순의 이름으로 기억되었을지 모른다는 사실이다.

    삼일운동의 영웅들이 있었기에 오늘 밴쿠버의 영웅이 있다는 것을 너희들은 안다. 그래서 나에게 있어서 조국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묻는다. 그렇다. 나라라고 하는 것은 분명 추우면 주워 입고 더우면 벗어 던지는 그런 옷가지(衣裳)가 아니다. 그것은 피부와도 같은 것이어서 어디를 가나 몸처럼 따라다닌다. 단순한 비유가 아니다. 겨울올림픽은 기후와 그 경제조건으로 북방에 몰려 있는 유럽 선진국의 독무대였다. 그런데 오늘 너희들이 금메달을 따 세계를 놀라게 한 것은 개인의 기량만이 아니라 대한민국이라는 너희들 나라가 독립해 있었기에, 서구 선진국의 문턱을 넘어설 수 있을 만큼 발전했기에 가능했다.

    너희들이 5000m와 아시아 선수들이 넘을 수 없다던 1만m 스피드 종목의 벽을 넘어 금메달을 움켜쥘 때 나는 1988년 서울 올림픽 개막식에서 ‘벽을 넘어서’의 대본을 만들던 일을 상기했다. 20년 뒤 너희들이 정말 벽을 넘어 세계의 한복판에 설 줄 어떻게 알았겠는가.

    김연아를 보라. 피겨 스케이팅의 피겨란 그림(圖形)을 뜻하는 말이다. 영국 귀족들이 스케이트를 타고 빙판 위에 하트 모양이나 글자들을 그리며 즐기던 운동이었다. 김연아가 세계의 빙판 위에 그린 꿈과 메시지도 ‘벽을 넘어서’였다. 김연아가 세운 세계 신기록을 남자의 채점 방식으로 옮기면 168.00점. 남자 피겨 우승자인 라이사첵의 167.37점을 넘어서는 득점이다. 피겨 여왕이 아니라 피겨 제왕이라고 불러야 옳다.

    또 김연아는 라이벌 일본의 벽을 넘는 드라마를 보여주었다. 스포츠는 그냥 스포츠로 즐겨야 한다. 그러나 우연히도 강제합병 100주년이 되는 해에 김연아는 그녀의 라이벌 아사다 마오를 시원하게 이겼다. 데뷔할 무렵 연아는 주니어전에서도 시니어전에서도 패배를 당하고 일기장에 “왜 하필 나와 같은 시대에 태어났는가”라며 마오를 원망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어느 여자 선수도 기록하지 못한 3.5회전의 트리플 악셀을 연속 성공시킨 마오를 20점 차로 꺾은 것은 한국인다운 끈기였다. 쇼트에서는 007 본드 걸의 하드와 다이내믹한 힘을 보여주고, 프리에서는 경쾌하고 청초한 매력으로 조화를 이룬 한국인 특유의 ‘신바람’과 ‘끼’가 일본의 가다(型=틀)를 압도한 것이다.

    셋째로 김연아는 한국 문화의 벽마저 뛰어넘어 글로벌한 새 한국인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시상대에서 흘리는 눈물은 이미 보릿고개에 자란 선수들이 흘렸던 한의 눈물이 아니었다. 식민지인의 그늘이나 열등의식을 찾아볼 수 없다. 그리고 김연아의 성공 뒤에는 그녀의 가족만이 아니라 코치를 비롯한 외국인 스태프의 드림팀이 있었음을 간과할 수 없다.

    너희들은 물질적 풍요를 위한 ‘산업화의 경제원리’와 평등을 추구해 온 ‘민주화의 정치원리’ 사이에서 자라난 아이들이다. 이제는 이 두 벽마저 넘어 사랑과 소통을 추구하는 ‘생명화의 문화원리’를 창조해 내게 될 것이다.

    밴쿠버의 젊은이들아. 너희들 때문에 처음으로 지역차별의 분열도 좌우의 이념대결도 그리고 여야의 갈등도 없이 대한민국은 하나가 되어 모처럼 함께 웃고 함께 울었다. 고맙구나. 장하구나.



    목록으로
    오늘 0 / 전체 649
    609

    교만지수(hubris index)  

    교육홍보팀장32452014년 11월 12일
    608

    대학생을 위한 고품격 교양도서 Best 5 image

    교육홍보팀장33952014년 11월 12일
    607

    365일 매일 읽는 리더의 한 줄(도서요약)

    교육홍보팀장31212014년 11월 12일
    606

     계속 달리는 힘은 어디에서... 

    교육홍보팀장30462014년 11월 12일
    605

    DISC 성격스타일 각 타입별 뚜렷한 특징 image

    교육홍보팀장32932014년 11월 12일
    604

    암소 아홉마리의 교훈

    교육홍보팀장31292014년 11월 12일
    603

    후광효과(Halo Effect) image

    교육홍보팀장32602014년 11월 12일
    602

    반전을 이끌어내는 리더의 유머

    교육홍보팀장32362014년 11월 12일
    601

    희망을 만들어내는 리더의 유머

    교육홍보팀장30882014년 11월 12일
    600

    빛나는 리더에겐 빛나는 유머가 있다(도산 안창호 선생

    교육홍보팀장31372014년 11월 12일
    599

    시도하지 않으면 자신감은 절대 솟아나지 않는다

    교육홍보팀장29612014년 11월 12일
    598

    무슨 일에서나 당신은 적합한 사람이다  

    교육홍보팀장30132014년 11월 12일
    597

    바빌로니아의 노예들

    교육홍보팀장31692014년 11월 12일
    596

    자신의 셀프리더십 한 번 진단해보시기 바랍니다.

    교육홍보팀장32892014년 11월 12일
    595

    미래로부터 역산해 현재의 행동을 결정한다

    교육홍보팀장29952014년 11월 12일
    594

    이어령-유관순과 김연아

    교육홍보팀장33282014년 11월 12일
    593

    도요타사태의 뿌리는 이념  

    교육홍보팀장31452014년 11월 12일
    592

    인생항구

    교육홍보팀장30222014년 11월 12일
    591

    ISO26000이란 image

    교육홍보팀장34422014년 11월 12일
    590

    내안의 백만장자

    교육홍보팀장30812014년 11월 12일
    TEL. 053) 525-7088  FAX. 053)525-7089
    대구광역시 달서구 달구벌대로 1726-16 2층
    copyright ⓒ 2014 한국창직역량개발원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