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락치기’ 암기는 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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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은 보통 학교 내신은 ‘암기식’으로, 수능은 ‘이해식’으로 접근한다. 기말고사가 한창인 요즘, 학생들은 수능 공부를 아예 접고 암기에 몰두한다. 그런데 내신 시험을 대비하는 공부와 수능을 위한 공부는 다를까. 암기와 이해는 정말 다른 걸까. 1분 1초가 아까운 수험생이 내신 따로, 수능 따로 준비하며 시간을 낭비하는 이유는 바로 암기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다. 내신·수능·논술 등을 한꺼번에 꿰는 통합적 학습이 필요한 학생들한테는 새로운 ‘암기법’이 필요하다. 학습의 경쟁력이 되는 ‘암기력’에 대해 <아하!한겨레> 학생기자들이 이 분야 전문가들에게 물었다.
■ 통합적 공부를 위한 4가지 암기 비법
① 폴더화 구조도·도표 등 이용해 분류작업
② 반복 기억이 희미해질때쯤 다시 한번
③ 배경지식 수업 집중해 학습결과 누적해야
④ 노력 친구노트 빌리지 말고 직접 필기
구조도를 그리거나 도표를 만들면 암기가 잘돼요. 그냥 외우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는 거죠?
암기의 방식, 즉 머릿속에 저장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다. 어떻게 저장하느냐에 따라 암기한 지식의 쓰임새는 크게 달라진다. 임웅 한국교원대 교육학과 교수는 “컴퓨터에 파일을 저장할 때 하나의 폴더에 마구잡이로 넣는 것보다는 여러 폴더를 만들고 내용과 성격에 따라 분류해서 넣는 것이 파일의 쓰임새를 다양하게 만든다”며 “ㄱ과 ㄴ을 외울 때 잘 분류해서 머릿속에 저장을 해야 나중에 각각의 지식에 대응하는 자극이 왔을 때 바로 출력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구조도나 도표를 그려서 암기를 하는 학생들은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지식을 성격과 내용에 따라 분류하는 셈이다.
이렇게 암기하면 ‘이해’는 절로 따라온다. 이해가 되면 암기한 지식은 오래간다. 신종호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글의 시간적 구성이든 인과적 구성이든 전체적인 내용의 구조를 이해하면서 외워야지 낱낱의 개념으로 외우면 일주일도 못 가 잊게 된다”며 “구조도를 그려 암기하는 방식은 뇌가 지식을 체계화해서 저장하는 속성과도 일치하기 때문에 효과가 좋다”고 말했다.
» ‘벼락치기’ 암기는 버려라. 김영훈 기자 kimyh@hani.co.kr
저는 열심히 외우는데도 금세 까먹어서 걱정이에요. 왜 반복하지 않으면 잊게 되는 거죠?
반복을 해야 오래 기억할 수 있는 이유는 ‘두뇌의 생리’ 때문이다. 김경태 포항공대 생명과학과 교수는 “우리 뇌는 중요한 정보를 오래 기억하려는 습성이 있는데 뇌는 반복적으로 같은 내용이 들어오면 중요하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뇌에서 정보를 전달하는 기능을 하는 시냅스는 같은 정보를 반복해서 입력하면 어느 순간 또다른 시냅스를 만들어 네트워크를 이룬다고 한다. 이처럼 시냅스의 연결이 점점 복잡해질 때 단기기억은 장기기억으로 넘어간다.
만일 암기한 지식을 자꾸 잊는다면 우선 암기하는 순간 이해가 부족했는지를 따져 보고 그런 다음에는 적절한 시점에 반복 학습이 부족했는지를 살핀다. 신종호 교수는 “한 번 확실하게 암기하는 것보다 기억이 희미해질 때쯤 다시 한 번 그 내용을 반복해 암기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간격 효과’ 이론이 있다”고 말했다. 벼락치기로 암기한 지식이 금세 사라지는 게 아깝다면 시험이 끝난 뒤라도 공부한 내용을 반복하라.
반복을 통해 장기기억으로 저장되는 지식은 창의력이나 문제해결력의 원천이 되므로 수능이나 논술 등을 준비하는 학생들한테도 중요하다. 김경태 교수는 “우리 뇌는 저장된 기억을 자유롭게 조합해 새로운 지식을 창출할 수 있다”며 “영어 문장을 통째로 외우다 보면 어느새 문장 구조를 익히게 되고 말문이 트이는데, 이 역시 같은 원리”라고 말했다.
영어 단어를 외울 때 제가 알고 있는 단어랑 비슷하면 훨씬 잘 외워지는 것 같아요. 왜 그럴까요?
아는 게 많아야 암기도 잘된다. 김정섭 부산대 교육학과 교수는 “이해는 기존에 알고 있는 지식과 새롭게 들어오는 지식이 통하는 과정”이라며 “관련된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새로운 지식을 처리하는 일은 매우 어렵기 때문에 기억하기도 힘들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수업 시간에 열심히 한 학생은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암기를 할 때 유리하다. 익숙한 지식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벼락치기 습관을 고칠 수 없다면 수업 시간에라도 집중해야 한다.
‘얼마나 알고 있느냐’가 ‘얼마나 외울 수 있느냐’를 결정하기 때문에 평소에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학생과 시험 때만 공부하는 학생의 ‘암기력’과 ‘암기량’ 격차는 계속 벌어진다. 당장 시험 점수에는 차이가 없을지 모르나 선행지식 없이 초단기 암기만 해 온 학생들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넘쳐나는 새로운 지식을 소화하지 못해 뒤처진다. 신종호 교수는 “학생의 이해능력과 배경지식 가운데 무엇이 독해력에 더 큰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실험을 한 결과 배경지식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며 “모든 학습에는 독해가 기본이라고 볼 때 학습의 결과를 얼마나 체계적으로 누적해 왔는지가 결국 학업성취도를 결정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내가 직접 정리하며 한 번 외우는 것이 친구가 잘 정리한 것을 여러 번 보는 것보다 효율적일까요?
암기력을 결정하는 또 하나의 변수는 공부 내용을 ‘자기 식대로 이해하려는 노력’이다. 뇌가 스스로 선행지식과 관련을 맺어 저절로 장기기억으로 저장해주면 좋겠지만, 뇌는 그렇게 작동하지 않는다. 김종백 홍익대 교육학과 교수는 “벼락치기로 얻는 지식이 일회용이 되는 이유는 암기만 할 뿐 이해하려는 정신적인 노력이 없기 때문”이라며 “자기 식으로 다시 해석해 보거나 요약해 정리하는 공부 방법이 단순한 암기보다 기억에 훨씬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친구의 노트 필기를 빌려다 암기하는 것은 소용이 없다. 차라리 교과서를 보고 새로 노트 필기를 직접 해보는 게 좋다.
교과서를 통째로 베껴 쓰거나 같은 단어나 문장을 수십번 반복해 쓰는 것도 마찬가지다. 김종백 교수는 “노트 필기도 기억에 무조건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며 스스로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 있어야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도움말 : 김경태 포항공대 생명과학과 교수/김정섭 부산대 교육학과 교수/김종백 홍익대 교육학과 교수/신종호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임웅 한국교원대 교육학과 교수
진명선 기자, 김다영·김희라·민현기·박건영·백선주·이유진·임유진·장호성·한은지·한인섭·한정민·한주형 <아하!한겨레> 학생기자 edu@hani.co.kr
■ 전문가에게 듣는 과목별 암기 전략
이해를 동반하지 않은 막무가내식 암기는 ‘일회용’ 지식만을 남긴다. 내신시험, 수능시험, 논술고사를 두루 준비하기 위해서는 이해와 동시에
암기해야 한다. 강남구청 인강 (edu.ingang.go.kr)에서 강사로 활동하는 현직 교사들이 든든한 공부밑천을 만드는 암기 전략을 보내왔다
영어: 깜지는 그만! 말하면서 암기해라
장은옥 경기여고 교사
» 장은옥 경기여고 교사
최근 득세하는 영어 학습법에는 공통점이 있다. 단어와 문법 내용을 암기하는 방식을 지양하고, 많은 양의 언어재료에 노출하는 방식으로 저절로 영어를 습득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영어 학습에서는 암기가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 있다. 영어 의사소통의 기본 단위인 문장을 만들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영어 어휘를 알아야 하고 또 어휘들을 조합하는 방법, 즉 문법을 알아야 한다. 어휘와 문법 내용은 정확한 기억을 요구하는 부분이며 반드시 암기를 해야 한다. 특히 문법은 언어학자들이 무수히 많은 문장들의 공통된 법칙을 찾아서 수학공식처럼 정리해 준 것이다. 문법을 암기하면 단어만 바꿔치기해서 말하고 쓰고 읽고 이해하는 게 가능하다. 문법을 암기하는 것은 영어 학습의 가장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방법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외울까.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주인공 자말처럼 몸이 기억하도록 해야 한다.
첫째, 감각기관을 최대한 이용하자. 이제 더 이상 깜지(노트에 한 가득 단어를 적는 것)는 하지 말자. 대신에 나만의 단어장을 만들어보자. 손으로 써야 한다. 단어에 대한 첫인상이 중요하다. 눈으로 정확하게 철자를 봐주고 항상 같이 쓰는 표현을 기억한다. 그리고 크게 소리 내서 자신의 발음을 귀로 들을 수 있도록, 반드시 읽으면서 암기해야 한다. 특히 입이 바빠야 한다. 발음이 자연스러워져서 조금의 주저함이 없이 입에서 튀어나올 정도가 되어야 한다.
둘째, 유의미한 암기를 하자. 어근을 이용해 이해하고 암기해보자. 예를 들어, involve = in + volve(=roll): ‘안으로 굴리다’의 의미니까, ‘~을 끌어들이다/관여시키다’라는 뜻이다. vol=roll임을 안다면 evolve = e(=out) + volve(=roll): ‘밖으로 굴리다’의 의미로, ‘~을 펼치다/전개하다/진화하다’의 뜻까지도 추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셋째, ‘왜?’라고 자문자답하자. 이때 역시 입이 바빠야 한다. ‘He makes me happy.’라는 문장을 보자. “‘그는 나를 행복하게 해’라는 뜻인데 왜 ‘happily’라는 부사를 쓰지 않는 걸까? 목적어 ‘me’의 뒤에 와서 목적어의 상태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네. 목적어 자리에는 명사가 들어가야 하고, 명사를 수식하기 위해서 태어난 것이 형용사니까 ‘happy’를 써야 하는 거구나.” 교사들이 판서를 하면서 설명하듯 스스로 자신이 이해한 것을 종이 위에 쓰면서 설명하는 게 좋다.
넷째, 노래로 중요한 문법 내용을 개사해서 외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나는 현철의 ‘사랑의 이름표’라는 노래를 애용한다. ‘to부정사 song’을 예로 들어 보면, ‘to를 붙여 동사원형 앞에다/ 명사 되고 형용사 되고 부사도 되네/부정은 not을 붙여 to부정사 앞에다/ 주어 달라 포목투(for+목적격을 to 앞에 붙인다는 것임)’ 하는 식이다.
수학: 필요한 공식만 외우고 이해해야
김경한 세화고 교사
» 김경한 세화고 교사
수학은 암기 과목일까, 이해 과목일까. 굳이 비율을 따지자면 수학 공부는 암기 10%와 이해 90%로 이뤄진다고 말하고 싶다. 암기의 비율이 10%라고 해서 그 중요성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90%의 이해를 바탕으로 한 10%의 암기가 수학공부의 완성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차방정식의 근의 공식이 유도되는 과정을 이해했다고 해도 그것을 암기하지 않으면, 정수의 범위에서 인수분해되지 않는 이차방정식을 만났을 때 근을 빠르게 구하지 못하고 완전제곱식으로 고쳐서 풀어야 하는 번거로움을 겪어야 한다. 이처럼 수학에서 암기가 중요한 이유는 문제해결을 빨리 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학은 암기한 공식에 숫자만대입하면 답이 나오는 만만한 학문이 아니다. 올바른 수학 학습법에서 암기는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니다. 이해를 바탕으로 하지 않은 암기는 알맹이 없는 껍데기에 불과하여 쉽게 잊혀지기 마련이다. 특히 공식의 유도 과정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이차정사각행렬의 역행렬을 구하는 공식을 잊었다고 하자. 이때, 공식의 유도 과정을 이해했던 학생은 공식 없이도 역행렬을 구할 수 있는 반면, 이해 과정 없이 공식만 암기했던 학생은 역행렬을 구할 수 없을 것이다. 공식의 유도 과정이 바로 공식 없이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일반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식을 잊지 않는 방법에 대해 고민할 것이 아니라 공식을 잊어도 스스로 공식을 다시 유도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불필요한 공식까지 모조리 외워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드는 무분별한 암기학습은 시간이 흐르면 중요한 공식까지 함께 잊게 만들기 때문에 더욱 지양해야 한다. 특히 참고서에 정리되어 있는 내용을 공식인 줄 알고 외우려는 학생들이 있는데 이것은 수학을 잘못 공부하는 전형적인 방법이다. 학생들은 쓰임새가 많고 반드시 필요한 공식만 외워야 한다. 높은 산의 정상까지 오르려면 꼭 필요한 장비만 챙겨 배낭의 무게를 최소화하는데, 수학 학습에서도 마찬가지다.
공식의 우선순위는 얼마나 자주 사용되는지, 얼마나 다양하게 사용되는지, 대체할 방법이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세 가지 중 한 가지만 만족해도 중요한 공식이라 할 수 있고, 반드시 외워야만 빠른 문제해결이 가능하다.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 반드시 외워야 하는 공식(혹은 정의)을 살펴보면 앞에서 언급한 공식 외에 인수분해 공식, 방정식의 근과 계수와의 관계, 선분의 내분점과 외분점, 점과 직선 사이의 거리, 사인법칙과 코사인법칙, 분산의 정의, 이항분포의 평균과 분산, 표본평균의 평균과 분산, 순간변화율(미분계수)의 정의, 속도와 가속도의 정의, 이차곡선(포물선·타원·쌍곡선)의 정의, 삼수선의 정리 등이 있다.
과학: ‘과학 용어’ 암기그림 그리면 쉬워
김진영 휘문고 교사
» 김진영 휘문고 교사
암기의 사전적 의미는 여러 가지가 있다. ‘외워서 잊지 아니함’, ‘무턱대고 외우기’, ‘주어진 문제의 뜻을 파악하지 않고서 마음에 새기어 기억하여 두었다가 재생하는 일’ 등이다. 사전적 의미를 잘 살펴보면 암기는 대부분 원리 파악을 하지 않고 기억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따라서 당연히 재미도 없고, 그 과정이 단순하게만 느껴지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학생들을 관찰하면 분명 이 재미없는 암기를 좋아하는 학생이 있다. 그렇다면 과학 과목에서는 어떻게 암기해야 할까?
‘스토리, 그림, 반복’을 기본으로 하는 ‘해마 학습법’을 추천하고 싶다. <흥부전>과 <백설공주> 등 어렸을 적부터 익혀 왔던 동화는 어떤 일이 있어도 잊혀질 것 같지 않다. 왜냐하면 재미있는 스토리가 있고, 스토리를 구성하는 많은 그림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과학은 한 단원에 등장하는 개념이 많고 각각의 개념이 연관돼 있기 일쑤이므로 이런 스토리 구성을 통한 암기가 가장 효과적인 과목 가운데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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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보자. 한 남자가 한 손에는 아파트키, 다른 손에는 마이너스 통장을 들고 있다. 나의 아파트키가 생겨 좋아해야 할 텐데, 대출 이자가 너무 올라 울고 있는 그림이다. 도대체 어떤 내용일까? 생물-1의 ‘소화와 흡수’ 단원에서 이자에서 분비되는 소화액은 그 종류가 많아 암기하기 어렵고, 다른 기관과도 헷갈리므로 시험을 한 번 보고 나면 금방 잊기 마련이다. ‘Na, 아파트키’는 ‘Na-NaHCO₃, 아-아밀라아제, 파-리파아제, 트-트립신, 키-키모트립신’을 의미하고 ‘이자 상승’은 ‘이자’를 의미한다. ‘이자’에서 생성되는 소화액이 탄산수소나트륨, 아밀라아제, 리파아제, 트립신, 키모트립신이라는 것이다. (그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해마 학습법의 과정을 정리했다.
1. 일단 완벽한 이해를 한다. 과학 개념이나 공식, 원리 등은 일차적으로 암기가 아닌 이해의 대상이다.
2. 참고서와 문제집으로 중간 점검을 한다. 많이 틀려도 좋다. 정답과 오답이 오묘하게 조화를 이룰 때 지식은 더욱더 강화되고 체계적으로 기억된다.
3. 틀린 문제를 중심으로 ‘암기’가 어렵지만 절실한 부분을 확인한다. 이 부분이 ‘해마 학습’의 대상이 된다.
4. 실력이 엇비슷하거나 혹은 좀더 높은 학생들과 팀을 짜서 스터디그룹을 만들어, 암기가 어려운 부분을 해마학습화하여 서로 공유한다. 하나의 암기 사항을 해마학습화하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므로 팀을 짜서 그 결과물을 공유해야 정해진 시간 안에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 연대별·시기별 개념정리가 우선
김종권 청심국제고 교사
» 김종권 청심국제고 교사
나는 고등학교 시절 자연계열(이과)에서 공부했다. 수학이나 과학 쪽에 관심이 더 많았고 사회 과목보다 좋은 점수를 받았다. 국어와 국사가 가장 취약한 과목이었다. 고등학교 3학년 때만 국사 교과서를 최소한 10번 이상 정독했다. 웬만한 사실은 거의 모두 암기했고 마무리는 당시 유행하던 요약집으로 했다. 하지만 점수는 반토막이 났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아마, 현재 학생들이 느끼는 역사 공부의 어려움이나 문제점과 비슷하지 않을까.
학생들한테 국사를 비롯한 사회 과목은 귀찮은 ‘암기 과목’이다. 그래서 시험 때마다 열심히 암기하지만 시험이 끝난 뒤 오래지 않아 암기한 내용은 사라진다. 무엇이 잘못된 걸까? 다른 사회 교과의 과목에 견줘 유난히 암기할 것이 많은 국사 과목을 예로 들어 사회 교과의 암기법을 살펴보자.
첫째, 교과서에 나오는 전문적인 용어나 낯선 개념들의 원래 뜻부터 숙지해야 한다. 요즘 학생들이 사회 교과를 어렵다고 꼽는 이유는 ‘낯선 단어’ 때문이다. 한자 교육을 받지 않은 탓인지는 모르겠으나 단어의 뜻 자체를 모르는 상황에서 개념과 개념을 연결하거나 구조도를 만드는 작업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교과서에서 모르는 단어를 만나면 사전을 찾거나 교사한테 물어 정확한 뜻을 확인해야 한다.
둘째, 사회 교과는 나무보다 먼저 숲을 봐야 한다. 암기할 내용이 많다고 당장 시험 범위에 해당하는 부분부터 외우려고 하면 필패다. 사회 교과를 공부하는 학생들한테는 암기할 내용이 많은 것보다 내용이 얽히고설켜서 정리가 안 되는 게 더 문제다. 특히 국사 교과서의 구성은 시대별 통사 형식이 아니기 때문에 학생들이 보기에 뒤죽박죽이다. 고대, 중세, 근세를 공부하다 어느새 다시 고대로 돌아간다. 다른 교과서의 구성도 전체적으로는 일관되게 구성돼 있다고 보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암기의 효율성이 점점 떨어진다.
따라서 사회 교과는 먼저 암기할 내용들을 일정한 기준과 분류에 따라 정리해 본 뒤에 암기를 시작하는 게 좋다. 국사나 역사는 기본적으로 시간의 흐름을 공부하는 학문이므로 연대별, 시기별로 개념을 정리한다.
셋째, 문제 풀이를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 문제 풀이는 암기한 지식을 재구성하고 응용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 좋다. 지난해 내가 가르친 제자는 한국사능력시험 1급이면서도 수능 점수가 좋지 않았다. 알고 있는 지식은 많으나 어떻게 써먹어야 할지 몰라서 생기는 일이다.
일반적인 자습서는 내신 대비에 유리하지만, 수능에 대비하려면 수능 형식의 문제로 구성된 문제집을 반드시 풀어 익혀야 한다. 즉, 사실을 암기하는 데는 자습서가 좋고 암기한 지식을 좀더 심화한 형태로 기억하는 데는 수능 기출문제나 수능형 문제집이 도움이 된다는 말이다.
[출처] [학습클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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