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동부의 뉴욕과 워싱턴디씨 사이에 위치한 델라웨어주는 미국 내 상장기업의 50%이상, Fortune지 선정 500대 기업들 중 63%를 포함한 백만 개 이상의 기업들의 법적 본사가 위치한 명실상부 ‘기업들의 수도’이다. 최근 주주(shareholder)들의 이윤 추구뿐 아니라 사회·환경적 공익까지 생각하자는 Public Benefit Corporation(PBC)을 새로운 기업 형태로 인정하는 법안이 델라웨어에서 통과되면서 다시금 기업인들의 이목이 델라웨어에 집중되고 있다.
2010년 이래 현재까지 미국 내 18개 주에서 PBC법이 제정되었으며 10개주에서 관련 법안을 도입한 상황이다. 그런데 이번엔 그 주체가 델라웨어라는 점과 기업 이해당사자(stakeholder)들의 사회·환경적 인식 제고로 PBC를 새삼 재조명하고 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략 6,800만 미국 소비자들은 상품 및 서비스 구매 시 되도록 자신들의 사회·환경적 책임감에 따라 결정한다고 답하였으며, 미국인들의 49%는 공익에 부합하지 않는 행동을 취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불매운동을 벌일 것이라 하였다. 또한 86%의 미국 소비자들은 가격 및 품질이 동등하다는 가정 하에 현재 자신이 사용하는 회사의 제품보다 좀 더 사회적 책임감이 있는 회사의 제품을 사용할 의사가 있음을 밝혔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지난 30년 동안 사회적으로 책임감 있는 투자(Socially Responsible Investing, SRI)를 위한 움직임이 증가해왔으며 이는 대략 미국 내 운용자산의 10%(2조 3천억 달러)를 차지한다. 기업들은 이러한 소비자들 및 투자자들의 성향에 발맞춰 자사제품을 친환경·사회 제품이라고 표방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명확한 기준은 없는 상황이다. 이는 소비자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진정으로 공익을 추구하는 기업들에게 좌절감을 안겨주는, 이른바 ‘greenwashing’ (※ 상품과 서비스의 환경 친화적인 특성을 부풀리거나 조작해 경제적 이득을 취하는 행위) 이라 불리는 문제를 야기하였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하여 좀 더 명확한 법적 기준이 필요하게 되었고, PBC가 해결책의 일환으로 등장하였다. PBC 설립 방식은 기존 영리기업들의 법인화 방식과 동일하나 추가로 법인설립인가증에 기업이 증진시키고자 공약한 공익을 하나 이상 구체적으로 명시하여야 하며 기업명이 반드시 ‘P.B.C./PBC’를 포함해야 한다. 기존 기업들이 PBC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3분의 2 이상의 주주들로부터 동의를 구하여 (델라웨어의 경우 90%이상) 법인등록증을 수정하거나 다른 PBC 기업과의 합병을 모색해 볼 수 있다.
주별로 조금의 차이는 있으나 PBC가 지니는 공통적인 세 가지 주요 특성은 ‘목적의식, 책임감, 투명성’으로 요약된다.
첫째, PBC는 사회 및 환경에 실질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끼치겠다는 목적의식을 가져야 하며,
둘째, 기업의 이사(director)는 주주(shareholder)들의 재무이해뿐 아니라 주주를 포함한 모든
이해관계자(stakeholder)들의 비재무이해도 고려해야 하며,
셋째, PBC는 자사가 끼치는 사회·환경적 영향을 포괄적이고 신뢰적인 제 3자의 독자적 기준
으로 보고할 의무를 지닌다.
이러한 새로운 기업 형태인 PBC는 기업이 공약하는 구체적 공익을 명시하고 기업의 공약실행 노력 및 성과를 공개함으로써 다른 기업들과의 브랜드 차별화를 꾀할 수 있다. 아울러 법적 측면에서 볼 때 사회·환경적 의식이 높은 주주들이 이사들을 상대로 재무이익뿐 아니라 명시된 공약과 관련된 비재무이익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되었다. 언뜻 보아서는 이사들에게 더 많은 책임이 부가된 것 같지만, 이는 동시에 이사들에게 법적보호도 제공하게 되었는데 이유는 이사들이 주주들의 재무이익 관련 법적 항의에 비재무이익 추구와의 균형을 법적 방어로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PBC가 사회·환경적 이익을 내세운 새로운 기업 형태이긴 하나 여전히 영리(for-profit)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이며 델라웨어와 같은 경우 PBC로 전환 시 90%의 주주들로부터 동의를 구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장기적으로 PBC가 미국 내 기업 및 투자 환경을 얼마만큼이나 변화시킬지는 좀 더 지켜봐야할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적어도 미국에 법인을 설립하거나 미국에 투자하려는 우리 기업들 및 투자자들은 이러한 미국 내 기업환경 변화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지속적으로 주시할 필요가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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