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줄 차단, 재기 불가, 경영 무지 … 청년 창업 3가지 벽
청년 창업, 이래서 실패했다
벤처기업인 의 말을 종합해보면 한국 젊은이들이 창업을 두려워하는 데는 실패를 용서하지 않는 사회 탓이 크다. ‘패자부활전’이 없는 분위기에서 기업을 일궈 자기 뜻을 펼쳐보겠다는 청년들이 나올 리가 만무다. 여기에 자금을 구할 수 없고 경영마인드가 부족해 창업은 엄두도 못 낸다. 세 가지 벽이 청년 창업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재도전이 안 된다=고등학생 때부터 컴퓨터 관련 창업을 시도했던 김현성(28)씨는 10년 가까이 빚을 갚고 있다. 20대 초반 사업에 실패해 무려 7억원의 빚을 떠안았다. 한 번 실패하니 재기가 되질 않았다. 우선 금융권의 모든 거래가 불가능했다. 결국 그는 신용구제를 받았다. 지금도 매달 빚을 갚아나간다.
이처럼 한국 사회에는 창업 실패로 인한 재도전 장치가 전무하다. 일단 신용불량자가 되면 돈을 다 갚아도 금융결제원에 2년간 기록이 남는다. 은행연합회에서는 7년간 신용불량자 정보를 관리한다. 기업이 부도가 나거나 파산했을 때 압류 면제 재산 범위는 1200만~1600만원에 불과하다. 생활에 필요한 6개월간의 생계비도 720만원뿐이다. 신용보증기금을 통해 대출을 받을 경우 연대보증을 서야 한다는 것도 문제다. 김씨는 “재기할 수 있는 사회안전망을 먼저 만들어줘야 후배들에게도 창업을 권하지 않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돈을 구할 수가 없다=제3의 IT혁명이라고 불리는 클라우드 컴퓨팅을 기반으로 한 프로그램을 8년 전 개발한 사람이 있다. NA4 강송규(45) 대표다. 그가 30대 때 개발한 ‘플래온(Flaon)’과 ‘엔페인트(nPaint)’는 플래시 기반의 멀티미디어 제작 프로그램. 콘텐트를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웹 기반 서비스다. 그는 홍콩 ICT어워드 최고상, 디지털콘텐트 대상도 휩쓸었다. 정부와 SK텔레콤에서 관심을 보였지만 잠깐, 그는 현재 빚만 잔뜩 지고 있다. 그는 “이제 와서 소프트웨어 중요성 얘기가 나온다”며 “2003년에는 당장 수익을 내지 못하면 투자 받기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는 벤처캐피털도 찾아가 보고 정부 관계자도 만났지만 모두들 당장 돈이 되지 않는다며 손을 내저었다. 그 사이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했던 ‘점프컷’ ‘피크닉’ 같은 해외 업체들은 야후와 구글에 거액으로 인수됐다. 강 대표는 “이제라도 10년을 바라볼 수 있는 장기적 관점에서 벤처 환경생태계를 준비해야 한다”고 아쉬워했다.
투자를 유치하기 힘든 청년 창업자에게는 에인절 자금이나 벤처캐피털이 절실하다. 하지만 2000년 초반 이후 벤처캐피털과 에인절 투자 금액은 확 줄고 있다. 벤처기업 온오프믹스를 운영하는 양준철(26)씨는 “사실상 10년은 바라봐야 기업이 그 결과물을 보는데 벤처캐피털은 3년 이내에 투자수익률을 내야 해 단기간에 성장할 수 있는 게 아니면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창업정책자금 자체가 부족한 문제도 있다. 양현봉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소기업진흥공단 정책자금 중 1조4000억원이 창업자금으로 편성돼 있지만 청년층에 배정되는 자금은 3년간 평균 1700억원에 불과한 정도”라고 말했다.
가내훈(31)씨도 3년 전 강연 동영상 서비스 기업인 ‘유니멘토’를 설립했다가 1년 만에 사업을 접었다. 그는 “아마추어이다 보니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각 분야 전문가가 아닌 창업자들이 아이디어를 상품화하는 과정이 쉽지 않다는 얘기다. 그는 “회계나 전문가 컨설팅 부분은 정부에서 충분히 도와줄 수 있는 일 아니냐”고 반문했다. 또 “서울시에서 창업지원금 400만원을 받았지만 사후관리가 없었다”며 “돈 줄 테니 알아서 해보라는 셈”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청년 창업자, 결혼시장 루저” … 신랑감 점수, 대기업 직원보다 10점 낮아
같은 대학 출신 장영석·임병수씨 … 결혼업체에 컨설팅해 보니
취재팀은 청년 창업자와 대기업 취업자의 삶이 실제로 어떤지 비교하기 위해 배경이 비슷한 두 사람을 선정, 결혼정보업체에 컨설팅을 의뢰했다. 취업자와 창업자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은 어떨까.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장영석(30)씨와 임병수(28)씨는 같은 대학, 같은 동아리 출신이다. 나이도 비슷하다. 차이가 있다면 임씨는 대기업인 농심에서 일하고, 장씨는 KT에 다니다 사표를 내고 창업을 했다. 장씨는 중고물품 거래 애플리케이션인 ‘번개장터’를 만들었다. ‘퀵켓’의 공동 창업자이기도 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장씨는 ‘배우자지수’ 53.3점(100점 만점), 임씨는 63.47점을 받았다. 임씨 점수가 10점 높다. 여성들은 임씨를 더 매력적인 신랑감으로 생각한다는 얘기다. 비교조건은 직업·학력·소득·재산·외모·키·체형. 컨설팅을 진행한 이웅진(46) 선우 대표에 따르면 전체를 100% 비율로 봤을 때 학교·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20%, 외모나 키 같은 외적 요소가 30%, 직업이 30%를 차지한다. 이 대표는 “우리나라 성인남녀가 배우자의 조건으로 가장 크게 고려하는 것은 연봉과 직업”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의 연소득은 장씨가 1000만원대, 임씨가 3000만원대다. 장씨의 경우 창업을 할 때 예비기술창업자로 선정돼 3500만원 정도를 지원받았다. 그중 3000만원 정도가 인건비로 잡혀 있다. 이 부분을 연소득으로 볼 수도 있지만 실제 그의 회사에서 나오는 수입은 아직 100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실제 소득은 거의 없는 셈이다. 선우에 따르면 창업을 했을 때는 기업의 대표로 분류돼 점수가 가장 높다. 하지만 장씨 회사는 이제 시작하는 단계고 직원도 5명으로 적어 자영업자로 분류됐다. 이 대표는 “장씨 같은 경우는 결혼시장의 루저(loser·패자)”라고 설명했다.
장씨는 이런 사람들의 시선이 가장 두렵다고 한다. 그는 “회사를 그만둘 때도 무척 힘들었다. 사업을 하다 실패했을 때 ‘괜히 대기업 그만두고 잘난 척하더니 망했다’고 사람들이 말할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장씨는 창업을 하면서 여자친구와도 헤어졌다. 여자친구는 사업하는 걸 반대했다. 그는 “KT에 다닐 때는 소개팅도 많이 들어왔는데 서른 살에 사업을 한다고 하니 소개팅 자리도 모조리 끊기더라”며 씁쓸하게 웃었다.
대기업 다니면 7000만원 신용대출, 창업하면 0원
청년 창업, 금융거래도 어렵다
벤처기업인 의 말을 종합해보면 한국 젊은이들이 창업을 두려워하는 데는 실패를 용서하지 않는 사회 탓이 크다. ‘패자부활전’이 없는 분위기에서 기업을 일궈 자기 뜻을 펼쳐보겠다는 청년들이 나올 리가 만무다. 여기에 자금을 구할 수 없고 경영마인드가 부족해 창업은 엄두도 못 낸다. 세 가지 벽이 청년 창업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재도전이 안 된다=고등학생 때부터 컴퓨터 관련 창업을 시도했던 김현성(28)씨는 10년 가까이 빚을 갚고 있다. 20대 초반 사업에 실패해 무려 7억원의 빚을 떠안았다. 한 번 실패하니 재기가 되질 않았다. 우선 금융권의 모든 거래가 불가능했다. 결국 그는 신용구제를 받았다. 지금도 매달 빚을 갚아나간다.
이처럼 한국 사회에는 창업 실패로 인한 재도전 장치가 전무하다. 일단 신용불량자가 되면 돈을 다 갚아도 금융결제원에 2년간 기록이 남는다. 은행연합회에서는 7년간 신용불량자 정보를 관리한다. 기업이 부도가 나거나 파산했을 때 압류 면제 재산 범위는 1200만~1600만원에 불과하다. 생활에 필요한 6개월간의 생계비도 720만원뿐이다. 신용보증기금을 통해 대출을 받을 경우 연대보증을 서야 한다는 것도 문제다. 김씨는 “재기할 수 있는 사회안전망을 먼저 만들어줘야 후배들에게도 창업을 권하지 않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돈을 구할 수가 없다=제3의 IT혁명이라고 불리는 클라우드 컴퓨팅을 기반으로 한 프로그램을 8년 전 개발한 사람이 있다. NA4 강송규(45) 대표다. 그가 30대 때 개발한 ‘플래온(Flaon)’과 ‘엔페인트(nPaint)’는 플래시 기반의 멀티미디어 제작 프로그램. 콘텐트를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웹 기반 서비스다. 그는 홍콩 ICT어워드 최고상, 디지털콘텐트 대상도 휩쓸었다. 정부와 SK텔레콤에서 관심을 보였지만 잠깐, 그는 현재 빚만 잔뜩 지고 있다. 그는 “이제 와서 소프트웨어 중요성 얘기가 나온다”며 “2003년에는 당장 수익을 내지 못하면 투자 받기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는 벤처캐피털도 찾아가 보고 정부 관계자도 만났지만 모두들 당장 돈이 되지 않는다며 손을 내저었다. 그 사이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했던 ‘점프컷’ ‘피크닉’ 같은 해외 업체들은 야후와 구글에 거액으로 인수됐다. 강 대표는 “이제라도 10년을 바라볼 수 있는 장기적 관점에서 벤처 환경생태계를 준비해야 한다”고 아쉬워했다.
투자를 유치하기 힘든 청년 창업자에게는 에인절 자금이나 벤처캐피털이 절실하다. 하지만 2000년 초반 이후 벤처캐피털과 에인절 투자 금액은 확 줄고 있다. 벤처기업 온오프믹스를 운영하는 양준철(26)씨는 “사실상 10년은 바라봐야 기업이 그 결과물을 보는데 벤처캐피털은 3년 이내에 투자수익률을 내야 해 단기간에 성장할 수 있는 게 아니면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창업정책자금 자체가 부족한 문제도 있다. 양현봉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소기업진흥공단 정책자금 중 1조4000억원이 창업자금으로 편성돼 있지만 청년층에 배정되는 자금은 3년간 평균 1700억원에 불과한 정도”라고 말했다.
◆경영마인드가 없다=서유미(32·여)씨는 웹디자인 회사를 다니다 돌잔치 답례품 시장의 가능성을 보고 사업에 뛰어들었다. 시작은 당찼지만 낭패로 끝났다. 그는 디자인밖에 몰랐다. 기획·마케팅에 대해 무지했다. 창업 후 일년 동안 매출이 전혀 늘지 않았다. 결국 마케팅 전문가를 찾아 컨설팅을 받았다. 도메인과 이름, 모든 걸 바꿨다. 그때부터 매출이 늘었다. 서씨는 “당시에는 멘토 같은 것도 없었다. 기획·마케팅 같은 경영 측면이 중요한지 그때 알았다”고 술회했다. 그는 “분기별로 세금을 납부하는 것조차 복잡하고 어려웠다”며 “경영마인드를 갖추고 충분히 교육을 받은 뒤에 창업하는 게 좋겠다”고 조언했다.
가내훈(31)씨도 3년 전 강연 동영상 서비스 기업인 ‘유니멘토’를 설립했다가 1년 만에 사업을 접었다. 그는 “아마추어이다 보니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각 분야 전문가가 아닌 창업자들이 아이디어를 상품화하는 과정이 쉽지 않다는 얘기다. 그는 “회계나 전문가 컨설팅 부분은 정부에서 충분히 도와줄 수 있는 일 아니냐”고 반문했다. 또 “서울시에서 창업지원금 400만원을 받았지만 사후관리가 없었다”며 “돈 줄 테니 알아서 해보라는 셈”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특별취재팀=김기환·심서현·채승기 기자, 권재준(한국외대 법학과)·김승환(고려대 경영학과)·최나빈(고려대 노어노문학과) 인턴기자 <KHKIM@JOONGANG.CO.KR>
청년 창업, 이래서 실패했다
벤처기업인 의 말을 종합해보면 한국 젊은이들이 창업을 두려워하는 데는 실패를 용서하지 않는 사회 탓이 크다. ‘패자부활전’이 없는 분위기에서 기업을 일궈 자기 뜻을 펼쳐보겠다는 청년들이 나올 리가 만무다. 여기에 자금을 구할 수 없고 경영마인드가 부족해 창업은 엄두도 못 낸다. 세 가지 벽이 청년 창업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재도전이 안 된다=고등학생 때부터 컴퓨터 관련 창업을 시도했던 김현성(28)씨는 10년 가까이 빚을 갚고 있다. 20대 초반 사업에 실패해 무려 7억원의 빚을 떠안았다. 한 번 실패하니 재기가 되질 않았다. 우선 금융권의 모든 거래가 불가능했다. 결국 그는 신용구제를 받았다. 지금도 매달 빚을 갚아나간다.
이처럼 한국 사회에는 창업 실패로 인한 재도전 장치가 전무하다. 일단 신용불량자가 되면 돈을 다 갚아도 금융결제원에 2년간 기록이 남는다. 은행연합회에서는 7년간 신용불량자 정보를 관리한다. 기업이 부도가 나거나 파산했을 때 압류 면제 재산 범위는 1200만~1600만원에 불과하다. 생활에 필요한 6개월간의 생계비도 720만원뿐이다. 신용보증기금을 통해 대출을 받을 경우 연대보증을 서야 한다는 것도 문제다. 김씨는 “재기할 수 있는 사회안전망을 먼저 만들어줘야 후배들에게도 창업을 권하지 않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돈을 구할 수가 없다=제3의 IT혁명이라고 불리는 클라우드 컴퓨팅을 기반으로 한 프로그램을 8년 전 개발한 사람이 있다. NA4 강송규(45) 대표다. 그가 30대 때 개발한 ‘플래온(Flaon)’과 ‘엔페인트(nPaint)’는 플래시 기반의 멀티미디어 제작 프로그램. 콘텐트를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웹 기반 서비스다. 그는 홍콩 ICT어워드 최고상, 디지털콘텐트 대상도 휩쓸었다. 정부와 SK텔레콤에서 관심을 보였지만 잠깐, 그는 현재 빚만 잔뜩 지고 있다. 그는 “이제 와서 소프트웨어 중요성 얘기가 나온다”며 “2003년에는 당장 수익을 내지 못하면 투자 받기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는 벤처캐피털도 찾아가 보고 정부 관계자도 만났지만 모두들 당장 돈이 되지 않는다며 손을 내저었다. 그 사이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했던 ‘점프컷’ ‘피크닉’ 같은 해외 업체들은 야후와 구글에 거액으로 인수됐다. 강 대표는 “이제라도 10년을 바라볼 수 있는 장기적 관점에서 벤처 환경생태계를 준비해야 한다”고 아쉬워했다.
투자를 유치하기 힘든 청년 창업자에게는 에인절 자금이나 벤처캐피털이 절실하다. 하지만 2000년 초반 이후 벤처캐피털과 에인절 투자 금액은 확 줄고 있다. 벤처기업 온오프믹스를 운영하는 양준철(26)씨는 “사실상 10년은 바라봐야 기업이 그 결과물을 보는데 벤처캐피털은 3년 이내에 투자수익률을 내야 해 단기간에 성장할 수 있는 게 아니면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창업정책자금 자체가 부족한 문제도 있다. 양현봉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소기업진흥공단 정책자금 중 1조4000억원이 창업자금으로 편성돼 있지만 청년층에 배정되는 자금은 3년간 평균 1700억원에 불과한 정도”라고 말했다.
서유미씨
◆경영마인드가 없다=서유미(32·여)씨는 웹디자인 회사를 다니다 돌잔치 답례품 시장의 가능성을 보고 사업에 뛰어들었다. 시작은 당찼지만 낭패로 끝났다. 그는 디자인밖에 몰랐다. 기획·마케팅에 대해 무지했다. 창업 후 일년 동안 매출이 전혀 늘지 않았다. 결국 마케팅 전문가를 찾아 컨설팅을 받았다. 도메인과 이름, 모든 걸 바꿨다. 그때부터 매출이 늘었다. 서씨는 “당시에는 멘토 같은 것도 없었다. 기획·마케팅 같은 경영 측면이 중요한지 그때 알았다”고 술회했다. 그는 “분기별로 세금을 납부하는 것조차 복잡하고 어려웠다”며 “경영마인드를 갖추고 충분히 교육을 받은 뒤에 창업하는 게 좋겠다”고 조언했다.가내훈(31)씨도 3년 전 강연 동영상 서비스 기업인 ‘유니멘토’를 설립했다가 1년 만에 사업을 접었다. 그는 “아마추어이다 보니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각 분야 전문가가 아닌 창업자들이 아이디어를 상품화하는 과정이 쉽지 않다는 얘기다. 그는 “회계나 전문가 컨설팅 부분은 정부에서 충분히 도와줄 수 있는 일 아니냐”고 반문했다. 또 “서울시에서 창업지원금 400만원을 받았지만 사후관리가 없었다”며 “돈 줄 테니 알아서 해보라는 셈”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청년 창업자, 결혼시장 루저” … 신랑감 점수, 대기업 직원보다 10점 낮아
같은 대학 출신 장영석·임병수씨 … 결혼업체에 컨설팅해 보니
취재팀은 청년 창업자와 대기업 취업자의 삶이 실제로 어떤지 비교하기 위해 배경이 비슷한 두 사람을 선정, 결혼정보업체에 컨설팅을 의뢰했다. 취업자와 창업자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은 어떨까.
장영석(30)씨와 임병수(28)씨는 같은 대학, 같은 동아리 출신이다. 나이도 비슷하다. 차이가 있다면 임씨는 대기업인 농심에서 일하고, 장씨는 KT에 다니다 사표를 내고 창업을 했다. 장씨는 중고물품 거래 애플리케이션인 ‘번개장터’를 만들었다. ‘퀵켓’의 공동 창업자이기도 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장씨는 ‘배우자지수’ 53.3점(100점 만점), 임씨는 63.47점을 받았다. 임씨 점수가 10점 높다. 여성들은 임씨를 더 매력적인 신랑감으로 생각한다는 얘기다. 비교조건은 직업·학력·소득·재산·외모·키·체형. 컨설팅을 진행한 이웅진(46) 선우 대표에 따르면 전체를 100% 비율로 봤을 때 학교·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20%, 외모나 키 같은 외적 요소가 30%, 직업이 30%를 차지한다. 이 대표는 “우리나라 성인남녀가 배우자의 조건으로 가장 크게 고려하는 것은 연봉과 직업”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의 연소득은 장씨가 1000만원대, 임씨가 3000만원대다. 장씨의 경우 창업을 할 때 예비기술창업자로 선정돼 3500만원 정도를 지원받았다. 그중 3000만원 정도가 인건비로 잡혀 있다. 이 부분을 연소득으로 볼 수도 있지만 실제 그의 회사에서 나오는 수입은 아직 100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실제 소득은 거의 없는 셈이다. 선우에 따르면 창업을 했을 때는 기업의 대표로 분류돼 점수가 가장 높다. 하지만 장씨 회사는 이제 시작하는 단계고 직원도 5명으로 적어 자영업자로 분류됐다. 이 대표는 “장씨 같은 경우는 결혼시장의 루저(loser·패자)”라고 설명했다.
장씨는 이런 사람들의 시선이 가장 두렵다고 한다. 그는 “회사를 그만둘 때도 무척 힘들었다. 사업을 하다 실패했을 때 ‘괜히 대기업 그만두고 잘난 척하더니 망했다’고 사람들이 말할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장씨는 창업을 하면서 여자친구와도 헤어졌다. 여자친구는 사업하는 걸 반대했다. 그는 “KT에 다닐 때는 소개팅도 많이 들어왔는데 서른 살에 사업을 한다고 하니 소개팅 자리도 모조리 끊기더라”며 씁쓸하게 웃었다.
대기업 다니면 7000만원 신용대출, 창업하면 0원
청년 창업, 금융거래도 어렵다
벤처기업인 의 말을 종합해보면 한국 젊은이들이 창업을 두려워하는 데는 실패를 용서하지 않는 사회 탓이 크다. ‘패자부활전’이 없는 분위기에서 기업을 일궈 자기 뜻을 펼쳐보겠다는 청년들이 나올 리가 만무다. 여기에 자금을 구할 수 없고 경영마인드가 부족해 창업은 엄두도 못 낸다. 세 가지 벽이 청년 창업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재도전이 안 된다=고등학생 때부터 컴퓨터 관련 창업을 시도했던 김현성(28)씨는 10년 가까이 빚을 갚고 있다. 20대 초반 사업에 실패해 무려 7억원의 빚을 떠안았다. 한 번 실패하니 재기가 되질 않았다. 우선 금융권의 모든 거래가 불가능했다. 결국 그는 신용구제를 받았다. 지금도 매달 빚을 갚아나간다.
이처럼 한국 사회에는 창업 실패로 인한 재도전 장치가 전무하다. 일단 신용불량자가 되면 돈을 다 갚아도 금융결제원에 2년간 기록이 남는다. 은행연합회에서는 7년간 신용불량자 정보를 관리한다. 기업이 부도가 나거나 파산했을 때 압류 면제 재산 범위는 1200만~1600만원에 불과하다. 생활에 필요한 6개월간의 생계비도 720만원뿐이다. 신용보증기금을 통해 대출을 받을 경우 연대보증을 서야 한다는 것도 문제다. 김씨는 “재기할 수 있는 사회안전망을 먼저 만들어줘야 후배들에게도 창업을 권하지 않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돈을 구할 수가 없다=제3의 IT혁명이라고 불리는 클라우드 컴퓨팅을 기반으로 한 프로그램을 8년 전 개발한 사람이 있다. NA4 강송규(45) 대표다. 그가 30대 때 개발한 ‘플래온(Flaon)’과 ‘엔페인트(nPaint)’는 플래시 기반의 멀티미디어 제작 프로그램. 콘텐트를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웹 기반 서비스다. 그는 홍콩 ICT어워드 최고상, 디지털콘텐트 대상도 휩쓸었다. 정부와 SK텔레콤에서 관심을 보였지만 잠깐, 그는 현재 빚만 잔뜩 지고 있다. 그는 “이제 와서 소프트웨어 중요성 얘기가 나온다”며 “2003년에는 당장 수익을 내지 못하면 투자 받기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는 벤처캐피털도 찾아가 보고 정부 관계자도 만났지만 모두들 당장 돈이 되지 않는다며 손을 내저었다. 그 사이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했던 ‘점프컷’ ‘피크닉’ 같은 해외 업체들은 야후와 구글에 거액으로 인수됐다. 강 대표는 “이제라도 10년을 바라볼 수 있는 장기적 관점에서 벤처 환경생태계를 준비해야 한다”고 아쉬워했다.
투자를 유치하기 힘든 청년 창업자에게는 에인절 자금이나 벤처캐피털이 절실하다. 하지만 2000년 초반 이후 벤처캐피털과 에인절 투자 금액은 확 줄고 있다. 벤처기업 온오프믹스를 운영하는 양준철(26)씨는 “사실상 10년은 바라봐야 기업이 그 결과물을 보는데 벤처캐피털은 3년 이내에 투자수익률을 내야 해 단기간에 성장할 수 있는 게 아니면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창업정책자금 자체가 부족한 문제도 있다. 양현봉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소기업진흥공단 정책자금 중 1조4000억원이 창업자금으로 편성돼 있지만 청년층에 배정되는 자금은 3년간 평균 1700억원에 불과한 정도”라고 말했다.
◆경영마인드가 없다=서유미(32·여)씨는 웹디자인 회사를 다니다 돌잔치 답례품 시장의 가능성을 보고 사업에 뛰어들었다. 시작은 당찼지만 낭패로 끝났다. 그는 디자인밖에 몰랐다. 기획·마케팅에 대해 무지했다. 창업 후 일년 동안 매출이 전혀 늘지 않았다. 결국 마케팅 전문가를 찾아 컨설팅을 받았다. 도메인과 이름, 모든 걸 바꿨다. 그때부터 매출이 늘었다. 서씨는 “당시에는 멘토 같은 것도 없었다. 기획·마케팅 같은 경영 측면이 중요한지 그때 알았다”고 술회했다. 그는 “분기별로 세금을 납부하는 것조차 복잡하고 어려웠다”며 “경영마인드를 갖추고 충분히 교육을 받은 뒤에 창업하는 게 좋겠다”고 조언했다.
가내훈(31)씨도 3년 전 강연 동영상 서비스 기업인 ‘유니멘토’를 설립했다가 1년 만에 사업을 접었다. 그는 “아마추어이다 보니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각 분야 전문가가 아닌 창업자들이 아이디어를 상품화하는 과정이 쉽지 않다는 얘기다. 그는 “회계나 전문가 컨설팅 부분은 정부에서 충분히 도와줄 수 있는 일 아니냐”고 반문했다. 또 “서울시에서 창업지원금 400만원을 받았지만 사후관리가 없었다”며 “돈 줄 테니 알아서 해보라는 셈”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특별취재팀=김기환·심서현·채승기 기자, 권재준(한국외대 법학과)·김승환(고려대 경영학과)·최나빈(고려대 노어노문학과) 인턴기자 <KHK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