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C리더십 센터 최병철 소장님의 <신분상승과 추락>이라는 글을
연재합니다. 많은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빼앗길 수 밖애 없는 현실구조(5)
우리는 살아오는 동안 '하면 된다'는 말을 무수히 많이 듣고 배워왔다. 몇가지 성공사례가 곁들여 이야기되는 '하면 된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우리들은 나도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자신감 보다는 뭔가 모를 불안감 같은 것에 사로잡혔던 기억들이 있을 것이다. 옆집 아이는 이런저런 조건임에도 공부를 잘한다는 이야기가 그렇고, 조금 커서는 누구누구는 무엇이 되었다더라는 이야기가 그렇고. 누구는 이렇게 저렇게 부모에게 잘 한다더라는 이야기가 그랬다. 굳이 하면 된다는 말은 안붙이지만 너는 왜 못하느냐는 질책이 숨겨져 있기에 그랬는지도 모른다.
또 한편에서 생각해 보면 안해본 것도 아니다. 한다고 했는데 그래서 한만큼 되었다. 그렇다면 '하면 된다'는 말이 틀린 말도 아니다. 그런데도 우린 그 말만 들으면 답답해진다.
왜 그럴까?
이말속에는 이런한 허구가 들어있다. 첫째는 누가하면 된다고 하는 그 주체가 생략되어 있고, 둘째는 무엇을 하면 된다고 하는 그 목적이 빠져있고, 셋째는 어떻게 해야 된다고 하는 그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다 빠져 있는 것이다. 아무나, 아무것이나, 아무렇게나 하면 된다는 말인가? 그런 일은 단연코 없다. 이런 하나마나한 이야기를 왜 한다는 말인가? 당연히 그말을 듣는 사람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모른채 뭔가를 하지 않고 있는 것같은 강박감을 가지게 될 것은 너무나 극명한 일이 아니겠는가?
결론적으로 '하면 된다'는 말은 함부로 하면 안 된다. 그런 말을 함부러 하는 것 만큼 무책임한 것도 없고, 그런 말같이 상대를 혼란에 빠트리는 말도 없다. 우리 아버지, 어머니, 선생님처럼 가장 가까이에 계신 분들조차 그런 말을 아무생각 없이 했던 것도 그리 탓할일도 아니다. 사실은 그들도 이 말에 대한 답을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스스로 답을 모르는 말을 하는 사람은 오죽 답답하겠는가?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한다고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은 있을까? 그런사람을 만나고 싶을 것이다. 그것은 이 말을 통해 무엇이 문제인지를 굳이 끄집어 내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할지 모른다. 왜냐하면 그 물음에 대한 답은 결국 본인 스스로 내려야하기 때문에 그렇다. 이것도 정보의 혼란이다. 구체적 대안없이 제시되는 수많은 메시지가 혼란을 가중시키는 것이다.
칭찬해야 한다고 하면 부당한 상황이 생겨도 말을 못한 채 궁색한 칭찬 한 마디 하면서 결국 속앓이를 하고 건강을 빼앗긴다. 속앓이가 스트레스다. 성인병이 음식에 기인된 바 크다고 한다. 그러나 성인병은 스트레스가 가장 큰 원인이다. 그 스트레스가 왜 생기는가? 선택시 고려요소가 너무 많아서 생긴다. 4지선답형보다는 5지선답형문제가 어려운 것처럼 말이다. 좋으면 좋다고 하고 싫으면 싫다고 하는 감정에 충실하면 아무것도 아닌 일을 감정을 억제하고, 숨기고, 위장하는데서 복잡해지는지 모른다. 감정표현이 익숙하고 편한사람은 경청해도 된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사람은 차라리 경청하지 않는 것이 좋을 수도 있는 것 처럼 천편일률적인 것은 없는 것이다.
또한 믿음이 중요하니, 서로가 믿어야 한다고 배우고 가르킨다. 형식화 되고 보이는(문서화 등) 것만 믿어야 한다고 하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믿어야 진정한 믿음이라고 하는 정보를 동시에 들었다면 어떤 상황이 연출 되겠는가? 아마 대부분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당황스러움이 생길 것이다. 그러나 불신을 전제로한 행위에 능숙한, 철저한 사람들이 훨씬 똑똑한 사람들로 인정받는다. 문서화 하고 법에 근거해서 하는 행동은 불신을 전제로 하기에 그렇다. 정작 믿고, 따르고 하는 것을 말과 마음으로만 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결국 많은 것을 잃어버린다. 아니구나 법대로 해야하는구나 하는 탄식을 뱉어낸 후 차용증이니 계약서니 하는 것을 갖춰보지만 그것 또한 근원적인 방어수단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엄청난 비용을 치루고 난 후이다.
은행에서 돈을 빌리지 못한다는 것은 능력이 안 된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그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면서 받은 차용증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받을 시점에서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하거나 형편이 어렵다고 하면 달리 어떻게 해볼 도리도 없는 것이다. 그래도 절차를 안다고 해서 압류도 해보고 경매진행도 해보지만 별 소득이 없다. 이미 가져갈 수 있을만한 것은 이미 선순위로 다 가져간 이후인 경우가 더 많다. 오히려 믿음을 이야기 하면서도 불신을 전제로 살아가는 법을 다루는 변호사같은 사람들에게 수익만 창출해주면서 비용만 들고 오히려 사람과의 관계만 악화되는 경우가 너무나도 흔한일이지 않은가?
예를 들자면 비단 이것 뿐이겠는가? 차라리 이런 교육을 받지 않았다면 그저 느낌이 닿는데로 표현하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정리되지 않은 정보에 노출되면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용처를 구분할 줄 모르는 지식과 정보는 오히려 혼란을 야기시키고 문제를 복잡하게 한다. 그 과정에서 그나마 내가 가진 것을 빼앗길 공산이 크다. 그러니까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라고 한다. 혹은 전문가를 옆에 두고 친하게 지내라고도 한다. 맞는 말이다. 다만 더불어 알아야 할 것은 내가 모르는 것은 하지 않는 것도 중요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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