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이면
임금피크제가 끝나 직장을 떠나야 하는 박모(58)씨는 요즘 두 가지 선택지를 놓고 고민에 빠져 있다. 24시간 맞교대로 일하는 아파트 경비
일자리가 나을지, 전 재산인 아파트를 담보로 빚을 내 가게를 열어야 하는지를 두고서다. 박씨는 "창업을 하면 열이면 아홉은 망한다고 하지만 종업원을 줄이고 꾸려 가면 입에 풀칠이라도 하고 작은딸 시집이라도 번듯하게 보낼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하지만 통계적으로 보면 박씨가 창업을 해 살아남을 수 있는 기간이 3.4년에 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부동산 중개업·학원 수명 짧아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9일 내놓은 '개인사업자 창업·폐업 특성 및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자영업 창업자의 47%는 3년 이내에 퇴출되며, 10년 이상 같은 업체를 운영한 비율은 25%밖에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명 중 1명은 3년 안에 가게를 접는다는 얘기다. 연구소가 2002년부터 올해 7월까지 KB국민카드의 가맹점 583만 곳을 분석한 결과다. 연구소는 "10년 동안 연평균 37만명이 신규 창업에 나섰지만 34만명이 휴업하거나 폐업했다"고 밝혔다.
생존 기간을 업종별로 보면 부동산 중개업 등 부동산·건설 관련 업종이 2.4년으로 가장 짧았다. 유정완 책임연구원은 "부동산 관련 업종의 경우 진입 장벽이 낮고 경쟁이 심한데다, 최근
부동산 경기도 얼어붙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10년 동안 업체 수가 연평균 14% 증가한 보습학원도 평균 생존 기간(3년)이 짧았다. 취업이 여의치 않은 젊은 층 사이에 보습학원이 창업 아이템으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입시제도의 잦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인터넷 학원과의 경쟁에서도 밀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편의점·음식점·미용실·주점 등 별다른 기술 없이 시작할 수 있는 자영업종일수록 생존 기간이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병원(4.2년), 차량정비업(4.4년), 약국(4.5년) 등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업종의 경우 생존 기간이 길었다.
◇창업하면 소득 16% 줄어
또 월급쟁이가 퇴직 후 창업을 한 경우 평균 소득이 16% 하락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창업 전 급여 이체 기록과 창업 후 카드 매출 기록을 비교한 결과다. 창업 직전 1년 동안 평균 3355만원 벌던 사람들이 창업 후엔 연평균 2811만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는 것이다. 업종별로는 의류·잡화점(-37%), 편의점 등 소매업(-26%), 이미용실(-19%)로 갈아타는 경우 소득 감소폭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50대에 창업한 경우 소득이 창업 전보다 25% 쪼그라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50대 창업자는 소매업·숙박업 등 소득 감소폭이 큰 업종에 주로 종사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연구소의 분석이다.
연구소는 학원·교육, 이미용 업종의 경우 지난 10년 동안 업체 수가 급증한 반면, 업체당 매출액 증가율은 평균 이하를 기록했다는 이유로 '경쟁 심화' 업종으로 분류했다. 반면 약국이나 차량 및 관련 서비스, 숙박업은 업체 수 증가율이 높지 않고, 업체당 매출액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것으로 평가됐다.
유 연구원은 "편의점은
창업 비용이 적다는 이유로,
커피전문점은 아직 장사가 잘된다는 이유로 최근 창업이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경쟁이 심화되고 있어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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