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유통업 종사자들의 ‘못말리는 직업병’ [동아일보 2005-12-24 04:35] “어머니 계시니?” “네. 연결해드리겠습니다∼”(매우 공손하게). 모처럼 집에서 휴일을 즐기던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 교환실 고미진 사원. 어머니를 찾는 전화였지만 벨이 울리는 순간 벌떡 일어나 ‘교환원’으로 다시 돌아갔다. 이 호텔의 ‘벨맨’이 전하는 경험담도 배꼽을 잡게 한다. 한번은 그가 택시에서 내리는데 다른 승객이 곧바로 타더라는 것. 이 벨맨은 순간 택시 문을 닫고 상체를 90도 굽히면서 “안녕히 가십시오”라고 인사했다. 또 초인종 소리를 들은 아내가 인터폰을 통해 “누구세요”라고 하자 큰소리로 “벨맨입니다”라고 외쳤다고 한다. 서비스와 품질에 목숨을 거는 유통 호텔 패션업계 사람들은 독특한 ‘직업병’에 시달린다. 몸에 밴 투철한 직업의식이 일상생활에서 무의식적으로 나타나면서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멋쩍게 한다. ○ 안에서 새는 ‘친절’, 밖에서도… 현대백화점 서울 압구정 본점 컨시어즈(개인 비서 서비스) 담당 김현욱 대리는 얼마 전 아내와 함께 길을 걷다가 스스로도 황당한 경험을 했다. 낯선 사람이 길을 묻자 자신도 모르게 무릎을 살짝 굽히고 두 손을 모아 공손한 말투로 방향을 가르쳐 준 것. 김 대리는 “옆에 있는 아내가 어이없어 하더라”며 “친구와 얘기하다가 ‘네∼고객님’이라는 말이 튀어나오고, 슈퍼마켓에서 거스름돈을 받을 때도 두 손으로 공손히 받으며 ‘좋은 하루 되세요’라고 한다”며 웃었다. 유통업체나 호텔 직원들은 ‘손님’이나 ‘고객’이라는 말이 아예 입에 붙어 있다. 인터컨티넨탈호텔 인사부 정소미 주임은 “앞에 가던 사람이 떨어뜨린 지갑을 주워 ‘손님∼, 뭘 떨어뜨리신 것 같은데요’라고 하자 친구들이 ‘같이 못 다니겠다’며 놀려 댔다”고 말했다. ○ 투철한 직업의식…오해 사기도 직업의식이 너무 투철해 나타나는 ‘직업병’도 적지 않다. LG패션 닥스골프 감덕규 대리는 의상과 패션에 대한 관심이 지나친 나머지 ‘치한’으로 몰릴 뻔한 적이 있다. 올해 8월 지하철에서 한 젊은 여성이 입고 있는 의상의 가슴부분 장식이 하도 특이해 ‘저걸 어떻게 만들었지’하고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그 여성의 남자친구가 ‘왜 가슴을 쳐다보느냐’며 화를 낸 것. 결국 명함까지 보여 주고 가까스로 이해를 구해 위기를 모면했다고 한다. 감 대리는 “엘리베이터에서 아무 생각 없이 앞에 있는 사람의 옷 소재가 궁금해 만지다 싸움이 날 뻔한 적도 있다”고 털어 놨다. 홈쇼핑업체의 쇼핑호스트들은 눈에 띄는 제품이면 뭐든지 장단점을 나눠 설명해야 직성이 풀린다. GS홈쇼핑 쇼핑호스트 이창우 과장은 “모든 일을 장단점, 특징, 효과로 나눠 설명하는 바람에 ‘너 지금 방송해?’라는 핀잔을 자주 듣는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 서울 강남점 갤랑화장품 코너에서 일하는 김지영 씨도 “친구들과 함께 화장품 매장에서 쇼핑을 하다가 마치 고객에게 하는 것처럼 친구의 손등에 화장품을 발라 주고는 ‘괜찮으시죠’라고 물은 적도 있다”며 웃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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