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국 아내 눈물편지 “당신의 세리머니 기다릴게요”세계일보 | 입력 2010.06.01 22:38 | 수정 2010.06.01 22:44
"될 거라고 굳게 믿었어요. 이제는 두 딸의 손을 잡고 힘차게 응원할 겁니다."
이동국(31·전북 현대)이 숱한 좌절을 딛고 12년 만에 꿈에 그리던 월드컵 본선 무대를 다시 밟았다. 국민들은 이제 그의 '환상 발리킥'이 남아공 골문에 꽂힐 날만 기다리고 있다.
'스포츠월드'는 1998프랑스월드컵 직전 만나 7년간 교제한 뒤 지난 2005년 결혼한 부인 이수진 씨의 응원 편지를 단독으로 싣는다. 그는 "동국 씨는 인생의 반려자를 넘어 내가 존경하는 사람이다. 월드컵에서의 남편의 활약을 믿는다"며 활짝 웃었다.
사랑하는 동국 씨에게.
"못 나갈 수도 있어. 그래도 실망하지 말았으면 좋겠어.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다했으니까."
지난 5월17일에 그랬죠? 허벅지 다쳐 집에 돌아온 날.
작년 8월 국가대표팀에 다시 들어간 뒤 너무 좋아했는데, 그리고 잘 될거라고 믿었는데. 그 동안의 노력이 조각나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당신은 담담했어요. "나 빨리 낫는 거 알잖아. 너무 걱정하지마." 그 때 느꼈어요. 당신이 정말 월드컵을 정말 기다려왔다는 것, 그리고 꼭 가고 싶어한다는 것을...
그래요.
12년 동안 곁에서 본 '남자 이동국'은 정신적으로 너무 강한 사람입니다. 시련을 받아들이고 즐길 줄 알았어요. "얼음이라면 지긋지긋하다"고 고개를 저었지만 이내 얼음주머니를 허벅지에 둘러매고 하루 종일 생활하는 당신을 보면서 '독한 사람이구나'하며 감탄도 했어요.
오히려 4년 전 처럼 또 눈물을 쏟아낼까봐 저를 걱정했죠. 일본으로 떠나는 날 한국에서 마음 졸이는 가족들부터 챙겼고, 또 텔레비전에 축구만 나오면 "아빠 나온다"를 외치는 재시와 재아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했죠.
어제(5월31일) MRI(자기공명진단) 결과를 당신으로부터 듣고 확신했습니다. '되겠구나. 이번엔 그라운드에서 뛰는 이동국을 볼 수 있겠구나.'
기억나요? 작년 말에 2010년 계획 세웠던 거? 남아공에서 그 동안의 아픔을 털어내는 장면을 함께 상상했는데. 여기가 끝은 아닐 겁니다. 이제는 졸이던 마음을 조금 놓고 당신의 활약을 간절히 기도하겠습니다. "힘들 때 마다 힘이 된다"고 했던 재시, 재아와 함께 "대한민국"과 "이동국"을 외칠 겁니다.
새벽부터 축하 문자가 휴대폰으로 쏟아졌어요. 우린 정말 많은 사랑을 받은 것 같아요. 다른 의미의 눈물이 나왔네요.
4년 전 독일로 재활갔을 때도 그랬죠? 미니홈피에 담긴 격려의 글을 몇 시간 동안 같이 보면서 감동하고 또 감사하고… 이번에도 부상 때문에 격려의 말들을 얼마나 많이 들었는지. 팬들의 응원과 기도가 전해져 이렇게 좋은 일로 만들어졌나봐요.
이제 마음 푹 놓고 훈련 준비, 경기 준비 잘 하세요. 우리가 받은 사랑, 당신이 그리고 23명의 태극전사들이 골로 갚을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화이팅! 사랑합니다. 그리고 존경합니다.
2010년 6월1일 아내 이수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