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면 설날이다
눈 많이 오는 문경에 살았던 나는 눈이 참 귀찮은 존재였다
그런데 대구 살면서 가끔은 눈 보고 싶단 생각을 했었다
얼마전 애들데리고 무주다녀오면서도 결국 눈이란 것이 누구에겐 비용을 치룰만한 것이 되었구나란 생각을 했다
어제 퇴근길에 차창밖으로 앞산이 온통 하얗게 덮인 모습을 보면서
내일 앞산에 한번 올라가야 겠다고 생각했다
눈덮인 산을 곧잘 다녔던 나이다
아침에 눈을 뜨니 아내가 나와보라고 소리를 지른다
나가보니 집앞 산이 온통 하얗다
잘 됬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앞산가는 것보단 집앞 동산을 오르는 것이 쉽겠다는 생각에서이다
산에 가자고 제안했더니 아내가 선뜻 동의한다
애들도 데리고 가자고 했더니 그러자고 해서 깨웠다
한잠자던 아이들은 이내 귀찮아 한다
인상이 돌아가고 입이 한발씩 나왓따
잠시 주춤했지만 추억을 언제 말들겠나 싶어서 강행하기로 했다
동작이 굼뚜기가 한이 없다
소리지르고 싶은 마음이 입에서 맴돌지만 계속 참았다.
차라리 밑에 내려가 있자 싶어서 먼저 아파트를 나왔다.
아직은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사람들도 몇 없다
잠시후 아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내려왔는데 아이들 복장이 영 산행복장이 아니다
하긴 눈덮인 산을 다녀본 경험이 없으니 그럴만도 하다
그런데 표정이 장난이 아니다
조금전 인상 그대로다 " 왜 산엘 가느냐...가면 아빠엄마나 가지 왜 우릴 데리고 가느냐는 인상.."
헉!! 성질이 나지만 참기로 했다
"너희들 그 복장으로는 산에 가기가 힘들겠다 그냥 집에 들어가서 자라"
뼈를 담아서 말을 뱉고는 들어가라고 재촉을 했더니 끝내 안가고선 장에 가는 소새끼 마냥 따라온다
신경안쓰기로 하고 그냥 아내랑 둘이 바쁘게 걸어갔다
눈덮인 산속은 눈이 그쳤어도 눈이온다
나무에 쌓였던 눈이 흩날리는 모습은 너무 좋다 아는사람은 알겠지만
겨울산에서 소나무의 비명소리를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그 정취를...
왜 비명소리냐 하면 소나무 가지가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가지가 찢어지는 소리다
아내를 나무밑에 세워놓고 핸드폰으로 사진도 찍어주고 그렇게 즐겁게 걸어가는데 애들이 계속 따라온다.
신경을 끄고 계속 갔더니 산중턱쯤 오니 애들도 저희들끼리 눈싸움을 하고 이내 웃기 시작한다.
참고로 우리집에서 동산 꼭데기까지는 걸어서 30분거리다
내려오는 길에는 서로가 눈싸움도 하고 사진도 찍고 그랬다
맘속으로 생각했다
억지로라도 시켜야 한다.
갈등을 회피하려 하지말고 야기시켜야 한다
곪아야 터지고 터져야 여물다
집에와서 먹는 밥이 너무 달았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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