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드디어 5인 이상 전국 모든 사업장에 전면 적용된다
‘50인 미만’ 유예기간 27일로 끝 ---전국 사업장 83만여곳에 효력
건설업 서비스업등 모든 사업,사업장
5~49명 노동자가 일하는 전국 83만여개 사업장에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2년 추가로 유예하는 법 개정안이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오는 27일부터 5명 이상 일하는 모든 사업장(제조업,건설업,서비스업등)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다.
여야는 이날 50명 미만(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 중대재해법 적용을 2년 추가로 유예하도록 한 법 개정안에 대한 논의를 했으나,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의 반대로 개정안은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조차 넘지 못했다
민주당은 산업안전보건청을 새로 설치하고 혹여 법 적용을 유예했을 때 정부가 할 영세사업장 지원 방안을 요구했으나 국민의힘 쪽이 거부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기업 경영책임자가 안전 확보 의무를 소홀히 해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1년 이상 징역형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하는 법으로, 2021년 제정 뒤 2022년 1월부터 50명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시행됐다.
이날 법 개정이 무산됨에 따라 노동자 5~49명이 일하는 전국의 사업장 83만여곳(전체 사업장의 24%)에도 27일부터 중대재해법이 적용된다. 이들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800만여명에 달한다.
반복되는 일터의 죽음을 막기 위해 안전보건관리체계에 소홀한 사업주에 대한 처벌 등 강력한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는 취지로 법이 만들어진 지 3년 만이다.
노동계와 사용자 쪽의 태도는 극명하게 갈렸다. 그동안 2년 추가 유예를 요구한 사용자 쪽은 강력한 유감의 뜻을 내놨다.
한겨레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신민정 기자
선고 13건 중 실형은 1건, 그마저 최저형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법 시행 이후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받은 ‘죗값’은 미미했다. 법은 △사망자 1명 이상 발생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 2명 이상 발생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 3명 발생하면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다. 해당 법인에도 50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와 달리 ‘하한선’을 그어 처벌의 실효성을 높이려는 목적이다.
그럼에도 선고형량은 대부분 ‘징역형의 집행유예’에 그치고 있다
. 현재까지 선고된 13건 중 ‘실형’을 선고받은 경영책임자는 2호 선고인 한국제강 대표에 불과했다. 한국제강 대표 A씨는 지난해 4월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고, 지난달 29일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A씨가 유일하게 법정구속이 된 데에는 과거 한 명의 노동자가 사망하는 등 세 차례 벌금형을 받은 점이 작용했다.
나머지 12건은 모두 유죄가 나왔지만, 경영책임자들은 구속을 피했다. 법정형 하한선인 징역 1년에 근접한 경우가 대다수였다. 지난해 4월6일 첫 번째로 ‘온유파트너스’ 대표가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이후 징역 2년을 초과하는 선고형은 전무했다.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된 사례도 총 4건에 달했다. 관할법원만 달랐을 뿐 선고형이 거의 동일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1심에서 형량이 확정된 사건도 3건이었다. 피고인인 경영책임자가 항소하지 않으면 검찰도 함께 항소를 포기한 탓이다. 1호 선고인 온유파트너스 사건과 지난해 10월 선고된 7호 판결 ‘제동종합건설’, 지난 16일 마지막으로 선고된 13호 판결인 ‘삼성포장’ 사건은 모두 검찰이 항소하지 않았다.
3건 전부 경영책임자는 징역 1년2개월~1년6개월에 집행유예 2~3년을 선고받는 데 그쳤다. 온유파트너스 사건에서 검찰은 “피고인과 합의한 유족이 처벌을 원치 않은 점과 피고인이 사실관계를 인정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하지 않기로 정했다”고 밝혔다.
1심 형량이 적절하다고 판단해 사실오인과 양형부당을 다툴 여지가 적다는 의미다.
반복된 사고’는 대부분 재래형 재해였다. 추락·끼임 위험이 있는 작업장소에 작업계획서를 토대로 방호장치를 마련했다면 사전예 예방할 수 있는 사고였다.
실제 서울 첫 중대재해 선고인 ‘제효 사건(11호 선고)’을 보면 추락위험이 있는 곳에 난간을 설치하지 않은 이유로 수십 차례의 벌금형 전력이 있는 점이 지적됐다.
사고 발생 4개월 전에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지만, 역시 ‘처벌불원’이 형량을 낮추는 역할을 했다.
골판지 가공 기계의 회전축에 몸이 끼여 노동자가 즉사한 ‘삼성포장 사건(13호 선고)’도 마찬가지였다. 과거 다섯 차례나 끼임 사고가 발생해 노동자 1명이 숨지기도 했지만, 위험성평가와 방호조치는 없었다.
사고 한 달 전 방호장치를 해체한 후 재설치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법원은 “사고 이후 2중 방호장벽을 설치하고 윤활유 주입구를 이전했다”는 등 이유로 형량을 법관 재량으로 작량감경했다.
사법부의 ‘산재 감수성’ 부족이 중대재해 처벌에 소극적이라는 이유로 거론된다.
중대재해전문가넷 공동대표인 권영국 “중대재해에 대한 판결은 마치 재벌총수들의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의 ‘정찰제’ 판결을 연상시킨다”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통해 경영책임자의 의무 위반의 반복성과 중대성을 고려해 형량을 달리해 재해예방을 최우선하도록 바뀌길 기대했지만 자유형과 벌금형에 그치는 판결로 법이 ‘종이호랑이’가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박다혜 변호사도 “시행 1년여 만에 판결이 산업안전보건법과 비슷한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며 “법원이 오늘날의 위험한 일터를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어떤 범죄는 판결을 먹고 자란다는 점을 부디 법원이 무겁게 돌아보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하한선’만 정한 입법 의도를 사법부가 직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손익찬 변호사는 “법원은 사망 결과에 있어 의도성이 없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여러 조치 중 하나만 제대로 됐다면 사망사고를 피할 수 있는데도 경영책임자의 안전에 관한 무관심으로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에 더 주목한다면 지금보다는 형량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에서 안전보건 관계 법령 자문을 담당하는 정인태 사내변호사는 “사업주의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얼마나 충분히 이행했는지’를 법원이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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