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따분" 중퇴했던 그, 게임이론으로 노벨경제학상 받아
섀플리와 공동수상한 로스
이후 컬럼비아·스탠퍼드 진학, 자신의 고교 경험 바탕으로 뉴욕 학생지원시스템 개혁 조선일보 | 김신영 기자 | 입력 2012.10.16 지루하다는 이유로 고등학교를 그만뒀던 고교 중퇴자 출신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가 됐다. 경제학 분야 중
게임이론의 대표적 학자며 15일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앨빈 로스(Roth·61) 교수는 1960년대 말뉴욕의 마틴밴버른(Martin Van Buren) 고등학교를 그만둔 고교 중퇴자 출신이다.
로스 교수는 부모님이 모두 고등학교 선생님이었는데도 뉴욕시 퀸스에 있는 마틴밴버른고등학교에 다니다가 3학년 때(미국의 고등학교는 4년제) 그만뒀다. 미 포브스지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왜 학교를 그만뒀느냐는 질문을 받고 "지루해서 내린 선택이었다. 나는 당시 별다른 자극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컬럼비아대에 진학했고 스탠퍼드대에서 경영관리를 전공하며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마틴밴버른고등학교는 2010~2011년 뉴욕시 교육청의 학교평가에서 D학점을 받았다. 전체 고등학교 중에서 하위 12%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 [조선일보]앨빈 로스(사진 왼쪽), 로이드 섀플리.
로스 교수는 자신의 이 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2003년에 뉴욕시 고등학교의 학생 지원 시스템을 개혁할 것을 제안했다. 이전까지 뉴욕시의 학생들은 교육청에 700개의 고등학교 중 5개 학교를 선택해 지원서를 냈고 학교가 학생 선발권을 가졌다. 이 과정은 세 차례 반복됐다. 학교는 1순위로 자기 학교를 쓴 학생을 선호했기 때문에 일단 1지망에서 탈락한 학생들은 2~5지망에 배정받기도 어려워져
눈치작전이 심했다. 끝까지 학교에 선택받지 못한 학생은 교육청이 임의로 지정하는 학교에 진학해야 했다. 이런 방식에선 학생 8만명 중 3만명이 자신이 지원하지도 않은 학교에 배정받았다.
로스는 이번에 노벨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한 로이드 섀플리 교수의 이론인 '게일-섀플리
알고리즘'을 뉴욕시 고등학교의 학생 배정 프로그램에 적용했다. 원리는 미혼 남녀가 결혼 상대를 찾는 과정과 비슷하다. 남자가 원하는 여성에게 프러포즈하면 여성은 맘에 들지 않는 남성을 거부하고, 비교적 맘에 드는 남성을 선택한다. 다음 차례에도 똑같은 방식으로 남성이 프러포즈하는데 여성은 원래 선택한 남성보다 맘에 드는 남자에게 제안을 받을 경우 먼저 선택한 남성을 버릴 수 있다. 고등학교에서 이를 적용할 경우 남성은 '학생', 여성은 '학교'가 된다.
뉴욕시에서 이 방식을 도입한 후 자신이 지원하지도 않는 학교에 진학하는 학생 수는 90% 감소했다. 뉴욕시가 자신의 모델을 도입한 직후인 2003년 10월
뉴욕타임스와 학부모 자격으로 인터뷰를 하면서 "새로 도입한 시스템을 통해 자녀가 진짜로 원하는 학교를 1순위로 써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로스 교수는 이처럼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좀 더 나은 기회가 제공되는 사회를 만드는 데 자신의 이론을 적용해 왔다. 그는 지난 2010년 미 의회 브리핑에서 '경제학을 통한 좀 더 나은 삶'이라는 주제로 브리핑을 하면서 "시장은 단지 상품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기회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로스 교수는 과거 또 다른 인터뷰에서 "많은 사람이 경제학이 많은 수단과 기술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흥미로운 문제들을 다루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세상엔 경제학자들이 풀어낼 수 있는 흥미진진하면서도 중요한 문제가 많이 있다"고 말했다.
1993년 피츠버그대에서 로스 교수로부터 게임이론 수업을 들은 최희남
기획재정부 국제금융협력국장은 "청바지 차림에 손을 호주머니에 푹 찔러 넣은 모습이 그의 트레이드마크였다"며 "격식을 차리지 않고 교탁에 몸을 기댄 채 문답식으로 수업을 풀어나가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았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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