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협동조합·마을기업 등 공동체적 생산과 소비로 ‘같이 만드는 시장’ 추구 ▲ 조합원은 출자액 상관없이 의사결정 권한 모두 같아 외국선 대안경제 자리매김 경향신문은 한계를 드러낸 재벌 중심의 성장주의 경제에서 벗어나 인간다운 노동과 인간다운 일자리를 제공하면서도 기업으로서 지속가능한 대안적 경제를 새해 기획시리즈로 모색한다. 이른바 ‘사회적 경제’로 불리는 시스템을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그 가능성과 과제를 점검한다. 사회적 경제는 기존 경제체제의 한계를 극복하고 인간다운 삶을 영위케 할 수 있는 경제체제를 일컫는다. 흔히 말하는 시장경제가 단기적 이윤 창출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자유경쟁을 통해 이를 달성한다면, 사회적 경제는 공동체적 생산과 소비를 통해 ‘함께 만드는 시장’을 추구한다. 사회적 경제는 안정적인 경영과 지속적인 고용 측면에 강점이 있어 저성장 시대에 더욱 주목받고 있다. 불황 등으로 경제 사정이 악화되면 감원과 임금 절감 등 근로자들의 희생으로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대기업 중심 경제와 구분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형태로 협동조합과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자활기업 등이 있다. 협동조합은 지분 투자 비율에 따라 의사결정권을 부여하는 주식회사와 달리 출자금을 낸 이들 모두가 1인1표제로 참여해 민주적 의사결정을 하며, 조합원의 권익 증진 등을 최우선 목표로 삼는다. 사회적기업은 사회 공동의 가치를 사업화한 기업으로 취약계층에 일자리를 제공하고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한다. 마을기업은 관광자원 등 지역 특징을 마을 단위로 활용해 공동의 소득과 일자리를 창출하고, 자활기업은 저소득 취약계층을 위한 사업을 벌여 빈곤 탈출을 목표로 한다. 모두 공동체적 생산과 거래 등을 통해 단기적 이윤보다 장기적인 이익 확대를 목표로 삼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사회적 경제는 외국에서 성공한 대안 경제로 자리잡고 있다. 유명 축구단인 스페인 FC바르셀로나는 조합원들이 직접 출자한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된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축구팀과 달리 유니폼에 상업광고를 받지 않았지만 2011년 1000억원이 넘는 수익을 냈고, 구단가치가 전 세계에서 3위를 차지할 정도로 잘나가는 구단이다. 미국 선키스트는 캘리포니아 등지의 6000여개 농가가 만든 협동조합으로, 국경을 뛰어넘는 거래를 통해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했다. 국내에서도 한살림이나 아이쿱 등이 성공한 협동조합으로 꼽힌다. 사회적 경제는 일자리와 벌이, 소비 등 경제 문제 차원을 뛰어넘어 연대와 공동체적 삶의 기회도 제공한다. 협동조합은 조합원 사이의 연대를 전제로 한다. 상당수 협동조합에서는 조합원들의 삶이 공동체 형태로 이뤄진다. 조합원은 소액 출자를 하고 동등한 조건으로 모든 의사결정에 참여할 권한을 부여받는다. 기존 경제체제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부자와 빈곤층 간에 벌어지는 불공정 거래와 불공정 경쟁은 없다. 공정한 거래와 공정한 대우가 늘 보장된다. 지난달부터 시행된 협동조합기본법으로 사실상 전 분야에서 협동조합 설립이 가능해졌다. 국내에서도 사회적 경제시스템이 대폭 활성화할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지금까지 설립된 협동조합이 주로 농산물 생산과 소비에 관련된 영역이었다면 앞으로는 의료, 실업, 자활, 돌봄, 공동육아 등 사회서비스 영역에서 협동조합 설립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회적 경제가 현재의 경제체제 전체를 한꺼번에 대체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새로운 경제체제의 등장과 성장은 기존 체제를 자극하고 사회에 적잖은 변화를 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경제가 국민총생산의 5% 수준으로 성장한다면 연쇄효과를 일으켜 기존 경제체제에 일대 변혁이 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기태 한국협동조합연구소장은 “협동조합 등의 비중이 단기간에 국민총생산의 절반을 넘어 기존 경제를 대체하지는 못하겠지만 일부 성장만으로도 대기업 중심 체제를 적절히 견제해줄 수 있다”며 “복지국가로 가는 과정에서 사회서비스 영역이 팽창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국내에서도 협동조합 등이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홍재원 기자 jwhong@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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