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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회적 경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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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기획 - 왜 사회적 경제인가]“사회적 가치를 담는 경제가 중요”

이성희 기자 mong2@kyunghyang.com

  • 사회적 기업 ‘대지를 위한 바느질’ 대표 이경재씨(33·여)에게 사회적 기업과 친환경은 동의어다. 이는 업체 설립과정에서 입증된다. 대학원 재학 중이던 2005년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웨딩드레스를 본 예비 신부가 연락을 해왔다.

    이를 계기로 몇 개월에 한 번씩 주문이 들어왔고, 2008년 ‘일반 회사’를 설립했다. 이후 국내에 사회적 기업 열풍이 불었다. 이윤을 추구하지만 이윤극대화만을 목표로 하지 않으며 수익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한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대지를 위한 바느질’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은 것은 2010년. 노동부는 결혼으로 인한 환경피해를 최소화한다는 공익을 추구하고 다문화·저소득층에 무료 결혼식을 지원해준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사회적 기업이 되면서 경제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었고 이익도 생겼다. 직원도 채용하기 시작했다. 비로소 지속가능한 기업 형태를 갖추게 된 것이다.

‘대지를 위한 바느질’은 웨딩드레스에서 음식에 이르기까지 모든 결혼 물품을 직접 제작, 판매하는 웨딩기업이다. 지속가능한 사회적기업이기도 하다. 이경재 대표(왼쪽에서 두번째)와 직원들이 새해 첫날인 1일 서울 영등포 하자센터 사무실에서 친환경 웨딩드레스를 선보이며 활짝 웃고 있다. |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대지를 위한 바느질’은 웨딩드레스와 부케, 청첩장, 뷔페음식 등 결혼식에 사용되는 모든 것을 제작·판매한다. 일반 업체와 다른 게 있다면 모든 작업 과정에서 친환경 등 사회적 가치를 고려하고 반영한다는 것이다.

직원은 이씨를 포함해 디자이너 4명, 봉제 기술자, 웨딩플래너, 홍보 담당자까지 모두 7명이다. 이 대표는 직원을 뽑을 때 회사가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지를 먼저 따졌다. 이 대표는 “사회환원을 기뻐하고 사회가 바뀌는 것에 함께 신나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았다. 아무리 능력이 훌륭해도 사회적 기여라는 목적을 공유하지 못하면 삐걱거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윤창출 재능을 가진 인사를 뽑는 일반 기업의 채용관행과는 확연히 다르다.

대기업을 그만두고 이곳을 선택한 막내 디자이너 황소연씨(27·여)는 사회적 기업이 추구하는 목적에 딱 들어맞는다. 황씨는 “쉽게 만들어지고 쉽게 버려지는 패스트패션이 가격을 낮추기 위해 제3세계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구조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며 “엑셀에 기록하는 숫자는 어마어마한데 이 돈이 어떻게 되는 거지? 이렇게 돈만 많이 벌면 되나? 그 다음엔?이란 자괴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근무시간도 일반 기업과 다르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인데, 탄력적 근무가 상시적으로 가능하다.

봉제기술자 이효정씨(44·여)는 초등학생인 아이들을 여유롭게 등교시킨 후 출근한다. 아이가 아플 때나 학교 행사가 있을 때는 ‘당당하게’ 일을 본다. 그는 “당장 드레스 봉제작업을 마감해야 하는데 아이가 갑자기 아파서 출근을 못한 날이 있었다”며 “대표가 얼마나 속이 탔겠는가. 그런데도 아무런 눈치를 안 주더라”고 했다.

그날 밤늦게 회사에 가서 새벽까지 드레스를 완성했다. 서로 신뢰를 쌓아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씨는 “사실 아이들을 돌보면서 일할 수 있는 곳은 많지 않았다”며 “거기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회사에 몸담고 있다는 게 좋다”고 말했다. 근무 분위기도 일반 기업과 다르다. 호칭은 선배, 후배가 있지만 업무 서열은 사실상 없다. 일이 있으면 대표도 같이 밤을 새운다. 높은 자리에 있으니 일은 적게 하고 급여는 많이 받는 일은 없다.

‘대지를 위한 바느질’은 정부로부터 인건비를 지원받고 있다. 기업이나 지자체에서 주최하는 사회적 기업 지원에도 적극 참여해 투자금을 따내고 컨설팅 등을 받고 있다. 2012년 매출은 전년보다 30% 증가해 매출도 계속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살림살이가 빠듯하다. 기본적으로 회사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과 친환경 소재를 연구·개발하는 일이 만만치 않다. 자립 토대를 만드는 것이 이 대표의 올해 목표다.

친환경 웨딩드레스로 시작했던 ‘대지를 위한 바느질’은 기획 사업도 하고 있다.

이 대표는 “오는 12일 서울시 신청사 시민청에서 열리는 첫 번째 시민결혼식의 진행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축의금 등 불필요한 낭비를 없앤 ‘작은 결혼식’의 취지에 맞게 하객은 100명 미만으로 조정했다. 하객이 많으면 음식과 비용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지사.

웨딩플래너 류지혜씨(27)는 “거리 아티스트들이 함께해 하객들과 함께 놀 수 있는 모두가 행복한 결혼식으로 기획했다”고 말했다. 스튜디오 촬영과 드레스, 메이크업 등을 ‘묶어서’ 계약하는 것은 업계 관행인데, 대지를 위한 바느질은 패키지 계약을 강요하지 않는다.

이 대표는 사업자 중심의 불합리한 구조를 바꾸기 위해 ‘마을 결혼식’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신랑·신부가 강남 같은 곳에 가지 않고도 동네에서 예식장은 물론 메이크업과 웨딩드레스 등 모든 결혼준비를 할 수 있도록 ‘마을 생태계’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이 대표의 구상은 서울 성북구의 혁신사업모델로 선정돼 올해부터 지원을 받는다. 그동안 환경오염이나 사회적 부담을 최소화하고 그 이득으로 저소득층의 결혼을 진행한 것이 단순한 순환 시스템이라면, 결혼식으로 발생하는 경제 효과를 마을 경제로 되돌리는 ‘마을 결혼식’은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사회적 경제의 의미를 갖는다.

그 연장선상에서 ‘봉제공장 네트워크’도 구상 중이다. 봄이 되면 각 대학의 학과나 총학생회, 동아리에서 개별적으로 야구점퍼를 만든다는 데 착안해 지역의 영세한 봉제공장을 한데 묶어 그 지역 대학의 수요를 소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지역의 일감을 그 지역에 공급해주면 직거래로 품질은 높아지고 가격은 합리적으로 책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것이야말로 재벌 독점이 아닌 작은 경제, 경제민주화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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