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난다면 자영업은 절대 안 할랍니다
34개월이라는 길고도 긴 군복무를 마칠 때쯤 비록 힘들겠지만 큰 행사에 참가해 27일 혜택 보고 조금이라도 일찍 부대를 떠나라는 꼬임(?)에 넘어가 말년이라는 여유로움도 느낄 새 없이 많은 고생을 하며 임무를 훌륭히 이행했고 결국 정든 군생활을 마치게 되었지만.. 막상 사회에 나오니 할 게 없더군요. 아니 정확히 말하면 고등학교 졸업장이라는 고졸이라는 초라한 딱지로 들어갈 만한 좋은 직장은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안 해본 게 없을 정도로 그냥 눈에 보이는 대로 닥치는 대로 일이라는 일은 거의 다 해보았던 것 같군요. 쇠를 다듬는 일부터 운전직, 간단한 배달, 전기용품 가게, 그릇 파는 일, 무언가 무작정 팔러 다니는 맨투맨 영업 등등 참으로 많은 일들을 경험했으며 오직 내 사랑하는 가족을 먹여살려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정신없는 하루하루를 보내야 했습니다. 그리고 경력이라는 것이 쌓이며 요령이라는 것도 생기고 조금씩 나은 직장들이 나를 받아주었으며 구멍가게 같은 곳이 아닌 조금은 큰 회사에서도 일할 기회가 주어졌지만 언제나 마음은, 꿈은 나도 언젠가는 자영업이라는 것을 해봐야지, 사장이라는 소리 한 번 듣고 살아봐야지, 얽매이는 삶이 아닌 내 마음대로 편하게(?) 일과를 보내는 그런 일을 한 번 해봐야지 벼르고 별렀으며 결국 10년 동안의 직장생활을 청산하고 남들이 쉽게 하기 힘든 기술이라는 것을 배워 나만의 가게를 오픈할 수 있었습니다.
딱 무슨 일이다 정확히 말씀드리기는 뭐하지만 수입자재를 가공해 다른 업자들에게 판매하거나 소비자들을 상대로 소매를 하는 일로써 시작은 좋았습니다. IMF 가 어느 정도 수습된 시점이기도 하고 또 국민의 정부가 내수를 한 번 살려야겠다는 정말 좋은 취지로 여러 정책들을 시행한 덕이었는지 날로 번창하였습니다. 돈이 돌고 도는 게 진짜 눈에 보일 정도였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가게도 하나 더 늘리고 직원수도 열 몇 명까지 불어나며 그렇게 남부럽지 않은 탄탄대로를 달렸는데 그놈의 카드대란이 터지고 말았으며 그러다보니 내수가 꽁꽁 얼어붙고 적자 역시 눈덩이처럼 불어나더군요.
그리고 어쩔 수 없는 암울한 상황을 버티지 못했습니다. 늘렸던 가게 하나도 처분하고 직원도 내보내고 정말 눈물나는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쉽게 포기할 수 없었으며 어찌됐든 이를 악물고 다시 살아보자는 몸부림으로 남은 가게 하나를 지키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직원들보다 일찍 출근해 가게문도 직접 열고 직원들이 쉬는 날에도 나홀로 가게를 지키며 예전과 같은 풍요로움을 누려보고자 정신없는 나날을 보냈는데.. 그런 좋은 날은 오지 않았습니다.그냥 직원들 월급주고, 가게세 내고, 세금 내고.. 낼 것 내고 남는 그 얼마 안되는 수익금으로 우리 가족들 밥만큼은 굶기지 않는 별소득이 없는 시간들만 하염없이 흐르고 또 흘렀습니다.
그렇게 참여정부 시절을 거치며 그래도 죽지 않고 숨은 쉬고 살았는데..새로운 정부가 탄생하며 글로벌 위기인지 뭔지가 닥치며 위기는 다시 시작되었습니다.수입자재값은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판매는 급감하고 정말 어떻게 해야 할 지 대책이 서질 않았습니다.미치고 팔짝 뛴다는 표현..아마 이럴 때 사용해야 맞는 것일 것이고 수차례 다 때려치울까 극단적인 생각도 해보았지만 나이 먹은 나를 누가 받아줄까 라는 공포감에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결국 지금까지 오고야 말았군요.
지금요? 요즈음요? 정말 죽을 맛이죠.내수가 살 기미가 조금도 보이질 않아요. 거기에 현 정부가 들어서며 눈에 보이기 시작했습니다.대기업들이 하나 둘 서민들의 공간을 잠식해가는 모습들 말입니다.
거의 전 분야에 걸쳐 다 먹어가고 있는 약육강식의 현장들을 보며 "이제 서민들이 살 공간은 없어지는구나" 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대기업과 조금이라도 엮이면 먹고 살 수는 있지만 그냥 딱 밥만 먹을 수 있다는 사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딱 죽지 않을 만큼만 준다는 사실..조금이라도 불평불만을 늘어놓으면 가차없이 너 말고도 많으니 나가라는, 그만하라는 냉혹한 현실..거기에 끝 모를 내수침체, 물가폭등..
[2011.11.25일자 중앙일보 기사 중 캡처화면]
자영업은 그렇게 하나 둘 무너지고 있습니다.
올 상반기에만 7만7천명이 폐업했다는 우울한 소식.. 자영업이 무너지면 가정이 무너지는 것인데..더군다나한창 가정을 이끌고 가야 할 40대 50대 나이에 쓰러지면..남은 가족들의 생계는? 노후 걱정요? 지금 먹고 사는 일도 해결 못해 난리인데 노후까지 생각할 겨를이 있을까요? 흥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고 망하면?? 말 그대로 쪽박을 차야 하는 게 자영업이며 한 번 쓰러지면 재기불능이 자영업이라는 사실을 지금도 보고 있습니다.
이제 한미 FTA까지 통과되며 일반 소규모 자영업자들의 미래는 더 불투명해질 게 뻔하고 천만원을 가진 이가 일억을 가진 이에게 무릅을 꿇게 되고, 일억을 가진 이가 십억을 가진 이에게 무릅을 꿇으며 자본이라는 권력에 의해 순위가 정해지는, 힘없는 이들에게는 오직 추운 겨울만 존재하는 지금보다도 더 추운 그런 시절이 올 것입니다.지금도 이 모양인데 앞으로요? 안 봐도 비디오 아닐까요? 나빠졌으면 더 나빠졌지 좋아질 이유가 하나도 없지 않습니까..
1년 365일 쉬는 날도 별로 없이 정말 메마른 삶을 살아야 하고, 그렇다고 고생에 대한 보상도 불투명하고, 이런 빠듯한 나날 때문에 친구도 다 떠나가고, 친척도 떠나가고, 주변 누구와도 정상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힘든, 언제 망할지 모른다는 극도의 불안감으로 잠도 제대로 못 자는 이런 자영업.. 정치하는 사람들은 이런 서민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열심히 해라, 그리고 경쟁력을 키워라 라는 전혀 현실을 모르는 말만 하고.. 오직 수출만이 대한민국을 살릴 것이다 부르짖고, 많은 국민들이 차가운 길바닥으로 내몰리든 말든(나눠줄 생각도 없으면서) 파이를 키워보자 외치는 정말 냉혹한 현실에서.. 무슨 희망이 있겠습니까?
저는 다시 태어난다면 자영업은 절대 안 할랍니다.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정말 이를 악물고 죽어라 죽어라 열심히 공부해 좋은 직장에 들어가고 싶습니다.그래서 단 하루를 쉬더라도 편하게 쉬고 싶습니다. 망하면 그냥 죽는다는 이토록 처절하고 절박한 마음으로 살고 싶지 않습니다. 어제도 오늘도 가게 문을 닫고 떠나가는 주변의 수 많은 자영업자들을 보며 나도 언젠가는 저리 되겠지 라는 중압감에 눌려 하루를 보내고 싶지 않습니다. 그리고 또다시 새로운 간판으로 바뀌는 모습을 보며 저 집도 얼마 못 갈거야 라는 우울한 눈빛을 보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 현실이 돼버리는 이런 그늘진 자영업이라는 구석에 놓이고 싶지 않습니다.
한창 팔팔할 40대의 나이에 그 흔한 취미생활 한 번 제대로 못하고, 그 어떤 보호장치도 없이 오직 가족의 미래나 불투명한 노후를 한없이 걱정해야 하는 이런 현실이.. 그동안 국내 대기업들의 침공과 함께 내수침체로 얼마나 많은 자영업자들이 쓰러졌는데 이제 한미 FTA로 외국자본의 대공습까지 더해진다니.. 이런 현실이 너무도 밉고 무서운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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